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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 "한국은 현금자동인출기" 왜?

중앙일보 2011.08.09 01:36 종합 4면 지면보기



‘ATM 코리아’… 서울은 세계경제 리트머스 시험지
장중 143P 급락 … 롤러코스터 주가



미국에서 날아온 신용등급 강등 소식은 8일 서울의 날씨처럼 국내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사진은 코스피 지수가 74.30포인트(3.82%)나 급락한 소식을 알리는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의 전광판 앞 전경. [김태성 기자]





“한국은 외국인이 투자하고 놀고 가기가 좋은 나라다. 언제든지 쉽게 들어왔다 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자본이 개방된 나라에서 그걸 막을 수도 없다.”(서울대 이지순 경제학부 교수)



 지난주부터 이어지는 한국 증시의 하락장을 보면서 다시 ‘ATM 코리아’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ATM 코리아는 국제금융시장에 충격이 올 때마다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현금자동인출기(ATM)처럼 자금을 빼내가는 바람에 유난히 한국이 몸살을 앓는 현상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한국 증시가 외부 충격에 특히 민감한 것은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와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기 때문이다. 증시의 규모도 적당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국보다 작은 시장은 자금을 이렇게 많이 빼면 시장이 심하게 부서진다”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기관 등 매물을 받아주는 세력도 어느 정도 있어 매매가 잘 된다”고 말했다. 올 6월 말 현재 세계 증시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한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 비중은 2.12%(1조1999억 달러)로 시가총액 순위 17위다. 한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연말 대비 9.89% 상승했다.



 한국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도 한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한 임원은 “한국은 외국인들에게 세계 경제에 민감하기 때문에 베타(변동성)가 큰 나라라는 뿌리깊은 인식이 있다”며 “미국 신용등급 완화 같은 외부 충격이나 유가 움직임에 한국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외국인은 8일까지 6거래일째 팔자 행진을 벌였고 코스피는 장중 1800선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2일부터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2조원이 넘는다. 외국인은 8일 개장과 동시에 ‘팔자’에 나섰다. 오후 1시 무렵에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300억원 이상까지 불어났다. 이후 외국인은 매도 폭을 급격히 줄여 장 마감 때는 순매도 규모가 600억원대로 감소했다. 외국인 순매도는 동시호가를 거치며 약 800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 2∼5일 하루 평균 순매도가 50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도세가 크게 둔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 일각에선 외국인이 기관과 함께 저가 매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국채 시장은 안정적이었다. 이날 오전 국고채 5년물 1조6000억원은 392%의 응찰률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발행됐다. 국채 현물거래량은 7조9130억원으로 미국 영향으로 거래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했던 5일보다 1조6633억원 증가하며 정상 수준으로 복귀했다. 특히 외국인은 4일 이후 국채 현물과 국고채 3년물 선물에 대한 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 채권매매는 주식시장과 달리 장외거래로 이뤄진다. 그래서 한꺼번에 매각하면 큰 손실을 보기 쉽다. 국채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비교적 장기 투자자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는 공포에 휩싸인 투자자를 다독거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은 이날 증시 폭락과 관련, “대외공조가 잘 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규 재정부 대외경제자문관은 “시장이 항상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공포나 쏠림 현상에 의해 움직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의 힘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무조건 일본과 미국만이 안전자산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이제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 향후 경제를 이끌어 갈 만한 성장동력까지 보유하고 있는 한국과 같은 국가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제대로 나올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심리가 워낙 불안정해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만간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관적인 분위기에 동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수, 매도 모두 일단 중지하고 관망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글=서경호·하현옥·임미진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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