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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에 빠진 사람들

중앙일보 2011.08.09 01:20



맥주, 내가 만든다…내 입맛에 딱 맞게





시원하고 알싸한 것이 맥주 맛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후 맥주를 공부했고, 밀맥주의 향긋함에 매료돼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맥주와 사랑에 빠진 사람들 대부분의 이야기다. 이들은 지난 봄 담근 에일 맥주로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 이들이 맥주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맥주에도 ‘나만의 맛’있다



3년 전부터 맥주 만들기에 빠진 직장인 노종필(40)씨. 1만6000여 명의 회원이 모여있는 ‘맥주 만들기 동호회(이하 맥만동)’를 통해 맥주 제조법을 알게 됐다. 맥주 키트(맥주 만들 때 쓰는 도구 세트) 3개를 이용해 연중 마실거리를 마련하고 있다. “맥주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3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순차적으로 만들어 놔야 신선한 맥주를 계속 마실 수 있죠.” 한창 빠졌을 때는 20ℓ의 맥주를 한 달에 6차례나 만들기도 했다.



맥주에도 맛이 있다. 하지만 맥주는 그저 시원하게 마시는 술이라고 여길 뿐 그 복잡한 맛의 세계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벼운지, 독하고 무거운지를 얘기하는 ‘바디감’과, 맥아와 호프·과일이 주는 ‘풍미’ ‘뒷맛(감칠맛)’ 등이 맥주 맛을 좌우한다. 맥주 종류만 60여 가지. 브랜드로는 1만여 종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묘한 맛과 향에 대한 욕구를 시판 맥주로 충족하지 못한다면, 직접 맥주를 만드는 단계로 뛰어들게 된다.



머릿속의 ‘그 맛’ 위해 직접 만들게 돼



맥주 매니어들이 주량이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오히려 “마실 때의 즐겁고 밝은 분위기”가 좋아 맥주 매니어가 된 사람들이 많다. 대학생 김민정(26)씨는 “좋아하는 맥주를 손수 만들어 여러 사람과 어울리며 마시고 싶어서 맥주 제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맥만동에는 실제로 주량이 맥주 1병이하인 사람도 많다.



내 머리 속의 ‘그 맛’을 찾아내기 위해 맥주를 만드는 이도 있다. 맥만동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영진(37)씨는 “청량감과 톡쏘는 맛이 맥주 맛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국내에서 즐길 수 있는 맥주 종류가 너무 제한적이어서 좀 더 깊은 향과 맛을 느끼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좋아하는 맥주는 인디안 페일에일과 스트롱에일. 호프향이 진하고 바디감이 묵직한 맥주를 좋아한다.



봄·가을에는 섭씨 20~25도에서 숙성시키는 에일 계열 맥주를, 겨울에는 섭씨 8~12도에서 숙성시키는 ‘필스너’ 같은 라거 계열 맥주를 주로 만든다. 봄에는 여름에 마실 맥주를 미리 담가 놓아야 해서 조금 더 바쁘다. 맥주에 빠져들수록 점점 맛이 진하고 향이 강한 종류를 선호하게 된다. 호프향과 맥아향이 조화를 이룬 화려한 향이 매니어들에게 인기다.











나만의 레시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



맥주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맥주 키트와 맥주 원액만 있으면 되는데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키트는 발효조와 비중계·메스실린더·막대 온도계·페트병·소독제 등의 구성이다. 맥주 원액은 호가든·인디아 페일에일·넛브라운 에일 등 다양하게 나와있어 만들어 마시고 싶은 원액을 사면 된다.



맥주를 만들 때는 먼저 맥주 원액과 물을 섞은 후 효모를 넣어 1주일 정도 1차 발효를 시킨다. 다음 설탕과 함께 페트병에 담아 2~3일간 2차 발효를 한다. 이후 선선한 곳에서 1주일간 숙성시켜 액체가 투명해지면 수제 맥주가 완성된다. 좀 더 섬세한 ‘나만의 맛’을 원한다면 맥주 원액을 쓰는 대신 곡물을 이용해 맥즙 자체를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맥주 양조의 원료인 몰트에 섞어 분쇄하고 끓여서 효소를 넣어 발효시키는 등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만만하지 않다.











롯데호텔 월드의 브루어리 펍 ‘메가씨씨’의 브루마스터(맥주 양조 기술자) 송 훈씨는 “좋은 수제 맥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맥주를 다양하게 경험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온도계, 실린더 등 정확한 수치를 기록할 수 있는 도구들을 사용해 나만의 레시피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설명] 직접 만든 맥주를 마시고 있는 노종필·김민정·정영진씨(왼쪽부터).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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