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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SAT 학원장, 알고보니 미 1급 살인미수 수배자

중앙일보 2011.08.09 01:01 종합 16면 지면보기
1997년 5월 2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 필리핀계 갱단의 멤버였던 재미교포 김모(당시 19세)씨 등은 당시 경쟁 관계에 있던 멕시코계 갱단원 두 명과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김씨 측에서 여러 발의 권총이 발사됐고, 상대편 갱단원 두 명은 가슴·팔 등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그해 7월 김씨는 한국으로 도피했다. LA경찰국은 공범들의 진술을 통해 김씨를 1급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했다. 한국에 들어온 김씨는 지인의 도움을 받아 주민등록 직권 말소 상태의 이모(당시 18세)씨로 신분을 세탁했다. 이씨는 5세 때 일본으로 출국한 뒤 행방이 묘연했다. 김씨는 이씨가 살던 마을 반장에 부탁해 “이씨와 동일인”이라는 확인을 받아낸 뒤 98년 이씨 명의로 주민등록을 재등록했다. 국내 주민등록법상 만 17세가 되면 지문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외 이주 등으로 지문을 채취하지 못한 경우 해당 주소지 통·반장 등의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만 거치면 주민등록 재등록이 가능한 점을 이용한 것이다.


14년 전 국내로 도피 신분 세탁
“미 명문대 출신” 학력도 위조
2002년부터 강남서 영어 강의











 2002년 3월 이씨 명의로 주민등록 지문등록까지 마친 김씨는 주민등록증과 여권·운전면허증을 발급받는 것은 물론 강남 일대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활동하며 월 500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해외 여행도 17차례 다녔다. 2008년 12월엔 강모(36)씨와 손잡고 강남 신사동에 SAT 전문 ‘I어학원’을 차렸다. 둘 다 미국에서 고졸 학력이 전부였지만,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홍보하며 학생들을 끌어 모았다. 또 무자격 영어강사들을 무더기로 고용했다. 학원은 빌딩 3개 층을 사용하며 학생이 60명에 달할 정도로 성공했다.



완벽하게 묻힐 뻔했던 김씨의 범죄행각은 지난 5월 경찰이 첩보를 통해 수사에 나서면서 14년 만에 들통 났다. 경찰은 위조된 이씨 명의의 주민등록증에 등록된 지문과 LA경찰국이 보유한 수배자 김씨의 지문을 대조한 결과 100% 일치하는 동일인인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한국과 미국이 보유한 김씨의 출입국 관리 기록 등을 분석, 김씨가 교묘하게 이씨로 신분 세탁을 한 사실도 밝혀냈다. 이씨는 부모와 함께 미국 플로리다에 살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8일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김씨의 신분 세탁 사실을 알면서도 함께 학원을 설립해 운영한 혐의로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미국에서 범죄인 인도 요청이 올 경우 법무부 판단하에 국내에서 형을 집행한 뒤 미국으로 신병을 인계하거나, 곧바로 신병을 인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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