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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 미수금 급증 … ‘쪽박’ 우려 커져

중앙일보 2011.08.09 00:26 경제 10면 지면보기



5일 3490억원 연중 최고치
반대매매도 4일 연속 100억대





증시가 폭락하면서 애써 모은 돈을 투자했다 울상 짓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대박을 꿈꾸며 빚을 내 투자한 개인 투자자는 당장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난감한 지경이다.



 이런 가운데 외상으로 주식을 샀다가 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위탁매매 미수금은 3490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일 미수금이 2834억원으로 전날보다 51.9% 늘어난 뒤 연 이틀 고공행진을 벌인 것이다. 미수거래란 투자자가 부족한 주식결제 대금을 증권사로부터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일종의 외상거래다. 투자금을 대신 지불한 증권사는 거래 뒤 3거래일째가 되면 돈을 다수 회수한다. 5일 미수금이 급등한 건 이틀 전인 3일 미수거래를 했던 투자자 중 상당수가 되갚을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외상값을 내려면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주가가 너무 많이 떨어져 손해가 커지자 주식을 팔 엄두를 못 낸 것이다.



 투자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증권사는 4거래일째에 강제로 투자자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반대매매를 할 경우 주식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고 투자자의 손실은 더욱 커지게 된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남의 돈까지 끌어다 투자를 했지만 막상 없던 빚까지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실제 증시가 패닉에 빠져들기 시작한 지난 2일부터 반대매매 금액은 4일 연속 1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5일엔 미수금이 186억원에 달해 지난 5월 11일(223억원)에 이어 올해 둘째로 미수금 규모가 컸다. 7월 한 달간 단 한 차례(15일, 101억원)만 100억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급격한 증가세다. 한국투자증권 영업전략부 조훈희 차장은 “시장 전체적으로 미수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형 증권사보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미수금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차장은 “현재 시장 상황은 오늘 사서 내일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기보다는 일단 관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 폭이 워낙 커서 미수거래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봤을 것”이라며 “손해액이 크면 자칫 깡통계좌를 찰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주식 시장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패닉으로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 미수거래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의 견해다.



 한편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두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투자자의 불안 심리를 나타내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연중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5일 변동성지수는 28.31까지 치솟아 동일본 대지진 때인 지난 3월 15일 기록한 25.92를 뛰어넘었다. 국내 증시를 덮친 패닉이 극에 달했다는 걸 보여주는 셈이다. 이 지수는 코스피200 지수와 역(逆)의 상관관계가 있어 향후 시황 변동의 위험을 감지하는 투자지표로 활용된다. 시황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공포지수로도 불린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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