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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개인정보로 ‘30분 대출 OK’ 어떻게 가능할까

중앙일보 2011.08.09 00:08 경제 4면 지면보기
“신용 조회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십니까. 본인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습니다.”


대부업체, 승승장구 비결은 독특한 신용평가의 힘

 콜센터 상담원 말에 “네”라고 대답한 뒤로 30분이 채 안 걸린다. 대부업체인 에이앤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로부터 대출 승인을 받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말이다. 모든 심사는 전화 통화로 진행된다. 대출 금액 300만원 이하는 소득증빙자료도 제출하지 않는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신속·간편’ 대출을 내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5개 대형 대부업체(러시앤캐시, 산와머니, 웰컴론, 리드코프, 바로크레디트)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성장이 예상된다. 대부업체 이용자 수와 이용 금액이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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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이 규제를 강화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이자 상한선을 다시 39%로 내렸지만 끄떡없다. 대부금융협회 이재선 사무국장은 “최고금리가 인하될수록 대형 대부업체로의 집중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대부업체가 큰돈을 버는 건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연 36~39% 고금리를 받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채널을 점령하다시피 한 광고 공세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한 금융지주사 고위 임원은 “은행과 저축은행이 대부업체의 개인신용평가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저신용자에게 돈을 빌려주면서도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이 신용평가에 있다고 본 것이다.



 러시앤캐시 서승원 팀장은 “경험 있는 상담역들이 적은 정보를 가지고 개인의 상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을 대부업체 신용평가의 핵심으로 꼽았다. 이 회사 콜센터의 조민경 부센터장에 따르면 본인확인 정보(이름·주민번호·전화번호) 외에 고객에게 물어보는 필수 정보는 10가지가 채 안 된다. 고객들이 대부업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걸 껄끄러워해 많은 정보를 요구하기 어렵다. 급여가 얼마인지, 거주 형태가 자가인지 전세인지, 결혼은 했는지 등을 기본으로 물어본다. 집에 살고, 기혼인 경우에 점수가 더 높다. 근무지도 필수 항목에 포함된다. 직장 이름을 말하면 상담원이 기업검색 사이트를 통해 회사 규모를 파악한다. 전자 공시 시스템에서 찾기도 한다. 검색으로 나오지 않는 영세 업체인 경우엔 추가 질문을 한다. 직원이 몇 명인지, 4대 보험은 다 가입했는지 등이다.











 서류가 없는데 실제로 재직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고객에게 “회사 전화번호가 찍히도록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실제 그 회사에 다니는지를 확인한다. 신용평가회사를 통해 받은 대출 정보도 심사에 활용된다. 경력 10년차인 조 부센터장은 “은행·저축은행·캐피털 중 어느 업권에서 얼마를 대출 받았는지만 알면 월 상환액이 대충 계산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항목을 집어넣으면 시스템을 통해 대출 한도가 나온다. 점수 매기는 기준은 영업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6년 전부터 300억원가량을 들여 신용평가시스템을 만들었다.



 다른 대형 대부업체도 거액을 들여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해 놓고 있다. 리드코프 관계자는 “신용등급만 보고 대출이 나가는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며 “까다로운 심사를 거치다 보니 대출 승인 비율이 10%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연체율(31일 이상)은 3.1%에 그친다.



 자금 조달에 드는 비용이 크지 않다는 것도 대형 대부업체의 경쟁력이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말 현재 자기자본이 7942억원, 산와머니는 5613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업계 선두인 솔로몬저축은행(1209억원) 자기자본의 몇 배에 달한다. 산와머니는 100% 자기자본으로 대출한다. 이자비용이 아예 들지 않는 것이다. 러시앤캐시는 대출금 중 절반은 자기자본에서, 나머지는 저축은행과 캐피털의 연 10~12%짜리 대출로 자금을 조달한다. 평균 조달 비용을 따지면 연 5~6% 수준이다.



 대형 대부업체에도 위기 요인은 있다. 점점 강해지는 금융당국 규제가 그것이다. 최근 금융위는 TV광고를 사전심의로 바꾸고, 소득증빙자료를 받아야 하는 기준도 5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한신정평가 이동선 선임연구원은 “대형업체, 특히 러시앤캐시나 산와머니 같은 외국계 업체는 규제가 강화돼도 수익을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위 안형익 서민금융팀장은 “대형 대부업체가 소액대출 쪽에 그동안 공을 들여 와서 저축은행과 비교해 경쟁력 있는 건 사실”이라며 “대부업 규모를 줄이기보다는 건전하게 영업하도록 하는 데 규제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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