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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스페셜 - 월요인터뷰] 이참 관광공사 사장 ‘특별한 휴가’

중앙일보 2011.08.08 00:57 종합 8면 지면보기



“휴가는 생산적 활동 … 좀 길~~게 갑시다”
10박11일 전국 일주 가족여행 따라가 보니



6일 강원도 평창에 있는 한국전통음식체험관을 찾은 이참 관광공사 사장. 이 사장은 11일간의 전국 일주 휴가 동안 다양한 한국 전통음식을 맛보겠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이참(57) 사장이 지난 5일 ‘아주 특별한 휴가’를 떠났다. 남들 다 가는 여름 휴가, 관광공사 사장의 휴가라고 대단할 게 있을까 싶지만 이 사장의 휴가는 분명 특별한 구석이 있다. 10박11일 동안 가족과 함께 전국 일주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참 사장이 손수 운전해 강원도 평창부터 경북 안동, 경남 남해, 경남 산청, 전북 전주 등을 거쳐 오는 15일 서울 집으로 돌아온다. 이동거리만 2000㎞가 훌쩍 넘는다. 가족의 양해를 얻어 강원도 평창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이참 사장 가족을 5∼6일 이틀간 따라다녔다.





-가족휴가까지 따라와서 미안하다. 그러나 이번 휴가는 의미가 남다른 것 같다.



 “관광공사 사장이 된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여태 변변한 휴가 한 번 못 갔다. 나는 관광공사 사장이 된 뒤부터 국내관광 활성화를 강조했다. 국내관광이 활성화하려면 우리 국민이 국내관광을 더 자주, 더 오래 다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장기휴가가 필수적이다. 기껏해야 2박3일 갔다 오는 휴가로는 지방이 안정적인 관광 인프라를 갖출 수 없고, 외국인 방문자를 위한 시설 투자도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열흘 이상 휴가를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사회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휴식이 생산적인 활동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선진국의 최고경영자(CEO)는 1년에 보통 두 달간 휴가를 즐긴다. 우리나라도 사회지도층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언론이 나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최근 라디오 연설에서 밝혔다시피 국내 휴가는 내수경기와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어떻게 일정을 뺐나.



 “물론 쉽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계획을 짰다가 집사람이 갑자기 입원을 하는 바람에 취소했고, 올 5월 초 다시 일정을 잡았다가 대통령과 함께 독일 출장을 가야 해서 또 취소했다. 이번에도 연기하면 정말 못 갈 것 같았다. 마침 방학을 맞아 아들과 딸이 한국에 들어와 결심했다.”









이참 사장(앞쪽 보트 맨 앞) 가족이 5일 동강에서 래프팅 체험을 하고 있다.






  이 사장 가족은 네 식구다. 부인 이미주(54)씨와 아들 재이수(26)씨, 딸 미가(21)씨가 있다. 자녀는 모두 독일에서 유학 중이고, 방학을 맞아 들어왔다가 이번 여행에 동참했다. 딸 미가씨는 “아빠가 관광공사 사장되고 나서 처음 떠나는 가족 여행으로 한국을 열흘 이상 여행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열흘 넘게 자리를 비워도 되나.



 “8월 초순이 휴가철이어서 급한 일정은 없었다. 그래도 따져보니 일정 20개 정도는 미루거나 취소한 것 같다. 휴가가 11일이라고 하지만 이번에 쓰는 연차는 주말·공휴일 빼면 6일밖에 안 된다. 아직도 나에겐 10일 이상의 연차가 남아 있다.”














 -장기휴가가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인식도 있다.



 “내가 주장하는 건 법정 휴가를 제대로 다 즐기자는 것이다. 근로자는 보통 1년에 20일 이상 휴가를 쓸 수 있다. 법으로 보장된 휴가 기간을 다 쓰고, 찔끔찔끔 나눠서 쓰지 말고 한번에 길게 쓰자는 것이 관광공사가 2년째 펼치고 있는 ‘리프레시 여행’ 운동의 핵심이다. S-오일·GS칼텍스가 직원들에게 2주 휴가 사용을 권장하는 등 요즘엔 리프레시 여행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휴가 길어지면 우리나라 국민은 해외여행부터 생각한다.



 “해외로 나가려는 국민의 발걸음을 국내로 돌리는 게 내 역할이다. 이번 가족여행을 전국 일주로 잡은 것도 국내에서도 정말 재미있고 알차게 휴가를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한국 관광산업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내 자녀에게 한국 여행의 아름다움과 재미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여정을 짰다.”



 -이번 여정에서 대표적인 몇 곳을 소개한다면.



 “나는 한국 특유의 기운이 좋아서 한국에 정착한 사람이다. 관광공사에 와서는, 음양오행이나 기(氣) 사상에 입각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남해 금산 보리암이나 진안 마이산은 내가 ‘파워 스폿(Power Spot)’이라고 부르는 장소다. 이른바 기가 성한 곳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파워 스폿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산청에 있는 동의보감촌이나 국새문화원을 가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몇 장소는 다소 뜻밖이었다. 이를 테면 전주에서 한옥마을이 아니라 관광호텔에서 잔다. 충남 연기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도 다른 장소와 비교해서 지명도가 떨어진다.



 “전주에서 이틀을 묵는 전주한성관광호텔은 관광공사가 지원하는 ‘베니키아’ 숙소다. 관광공사는 중저가 관광형 숙소를 활성화하기 위해 ‘베니키아’라는 지정 숙소를 운영하고 있다. 베어트리파크는 나도 안 가본 곳이다. 얼마 전에 관광공사 사보 ‘청사초롱’에 ‘반달곰 수백 마리가 사는 테마파크’라고 소개된 걸 보고 가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특히 딸 미가가 동물을 정말 좋아한다.”



  아빠와 아이들은 동강에서 카누를 탔다. 5㎞ 물길을 헤치고 나왔을 때 세 사람은 흠뻑 젖은 채로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알펜시아리조트에서는 알파인로스터라는 레저기구를 탔다. 스키장 슬로프에 설치된 레일형 놀이기구로 이번에도 딸 미가씨가 제일 좋아했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에 나선 이참 사장 식구는 서로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고, 이참 사장을 알아본 일반 관광객도 그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12일 발간되는 여행레저 섹션 week&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독일 이씨 시조 … 참(參)은 한국 문화 동참 뜻

첫 귀화인 공기업 사장 이참




1954년 독일 라인강 상류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독일에서의 이름은 베른하르트 크반트(Bernhard Quandt). 78년 통일교 행사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한국 체류를 결심했다. 96년 귀화하면서 이한우라는 이름을 썼고 2001년 이참으로 개명했다. 독일 이씨의 시조다. 처음에 이름을 이한우(李韓佑)로 했던 것은 “한국을 돕겠다”는 뜻이었고, 다시 이참(李參)으로 바꾼 것은 “한국 문화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10여 년 전 통일교 활동을 접고, 독일에서 믿었던 개신교로 돌아갔다. 현재 서울 신사동 소망교회 신자다. 2009년부터 3년 임기의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맡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귀화 외국인 출신 공기업 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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