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석동 금융위원장 “지금은 전의 불태울 기회다 두터운 외환방패 준비하라”

중앙일보 2011.08.08 00:29 경제 4면 지면보기



외환시스템 강화 강력 대응 주문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올 하반기는 외환 건전성 문제를 1번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곤 은행들에 외화유동성을 충분히 확보해 두라고 요구했다.



그는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믿지 않겠다.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며 “문제가 생긴 다음 정부에 손을 벌리는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을 앞으로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원 외환자금과장이었다. 하루 하루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외환이 줄어들고,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걸 "손 하나 못 쓰고 지켜봐야 했던” 그다.



 일요일인 7일, 김 위원장은 집무실에 정상 출근해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경제·금융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지시했다. 바쁜 틈에도 기자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그는 “문제의 본질을 알고 침착하게 대응한다면 이럴 때 바로 나라가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다. 전의를 불태울 기회다”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외환 건전성 문제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 걱정이 지나치다는 얘기도 나온다.



 “글로벌 위기는 일시 잠복했던 것일 뿐, 계속 진행형이란 게 나의 판단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퍼지고, 미국의 신용등급까지 강등된 현상들 모두가 이를 보여준다. 안전벨트를 계속 단단히 매야 한다. 올 상반기 중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문제에 대응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하반기에는 해외발 위기 쓰나미에 사전 대응해 ‘외환 방패’를 더욱 두텁게 해둬야 한다.”



 -한국은 현재 외환보유액을 충분히 쌓아뒀고, 은행들도 나름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 대비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언제나 그렇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위기가 닥치면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위기를 거듭 경험하며 전반적인 외환시스템이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다른 나라들보다 더욱 강화된 선제적 대응책들을 마련해 둬야 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충분히 대비한 자에게 위기를 극복할 힘이 나온다고 믿는다.”



 -미국의 위기는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짧은 시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국 위기의 근저에는 쌍둥이 적자(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가 있다. 쌍둥이 적자 문제는 경제 회복을 위한 정책적 대응을 가로막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예상됐던 수순이다. 시장의 불신과 이렇다 할 정책 부재는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 경제를 짓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도 그만큼 어둡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게 들렸다면 오해다. 앞서 얘기했지만 철저히 준비한 자에게 위기는 축복일 수 있다. 준비 없이 당했음에도 한국 경제는 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전화위복으로 만드는 저력을 보였다. 시장의 과도한 불안심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지금의 위기 상황이 상당히 길게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차분히 대응하자는 것이다. 외환시스템의 정비와 아울러 서비스산업 육성 등 새로운 먹을거리를 준비해 나가는 작업을 병행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밝다.”



 김혜미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