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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이미 반영, 패닉은 없다 낙관 vs 비관 유럽 재정 위기 겹쳐 ‘또 2008 악몽

중앙일보 2011.08.08 00:27 경제 2면 지면보기
회사원 정모(39)씨는 올 초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여윳돈 3000만원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올해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후 중동·북아프리카 정정 불안, 그리스 등 북유럽국가 재정위기, 미국경기 둔화 움직임 등 각종 악재가 쏟아지며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했다. 상반기 내내 국내 증시는 약간 올랐다가 조금 더 떨어지는 날이 이어졌다. 불안감에 사로잡힌 그는 주가가 떨어질 조짐을 보이면 다른 주식으로 갈아탔다. 그럴수록 수익률은 떨어졌다. 그의 상반기 투자 수익률은 -20%대다. 정씨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문이다.





정씨의 그런 고민을 국내 증시 전문가 10명에게 물어봤다. 국내 10대 리서치센터장 10명 중 8명은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한 명은 의견을 유보했으며 다른 한 명은 충격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본지가 2010~2011년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에서 상위에 오른 10대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이번 설문에는 대우·KTB·하나대투·삼성·하이투자·현대·SK·우리투자·한국투자·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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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낙관론이 눈에 띈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달 들어 세계 각국의 증시가 급락한 것은 미국 신용등급 하락을 저변에 깔고 있었던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루머에 팔았으니 악재가 해소되면 반등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미국 국채나 세계 기축통화(달러)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세계 경제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증시에 대세적 하락이 시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심리적 영향은 있겠지만 자체로 큰 패닉을 불러오는 사건은 아니라고 본다”며 “일반적으로 과거 사례를 보면 신용등급 때문에 시장이 선제로 빠지고, 신용등급이 조정되고 난 뒤 추가로 빠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등급 하락을 세계 증시가 미리 반영했더라도 미국 경제 둔화 우려와 유럽 재정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서 당분간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증시의 변곡점이 될 것 같다”며 “주요 악재가 원만히 해결되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겠지만 해결되지 않으면 세계 금융시장은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큰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주 국내 주가 하락 폭이 컸지만 미국 신용등급 하락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충격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3차 양적완화 등 미국 정부의 후속 조치에 따라 반등 국면으로 전개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10대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지수에 대해 한두 달 내에 1900 내외로 전망해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연말 전망은 1900부터 2500까지 다양했다. 그만큼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코스피의 장기 전망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옵션 만기 등이 이번 주에 예정돼 있어 코스피 지수 하단은 이번 주가 될 것”이라며 “연말에는 정상화 과정을 밟아 4분기에는 연중 고점(2200)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지수가 형성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보다는 유럽의 충격을 더 우려했다. 구자용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A로 하향됐지만 미국 국채 보유 기관들이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 신용등급 하향은 실질적 악재가 아니다”며 “오히려 이탈리아 등 유럽 문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센터장은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금리가 올라가는 등 유럽이 흔들렸다”며 “미국 신용등급 하향 위험이 구체화되는 곳은 유럽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섭 SK증권 센터장은 “8월에 발표되는 7월 미국 경제지표는 기대치를 하회할 전망이지만 9월에 발표될 8월 경제지표는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며 “특히 신규고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고 미국기업의 설비투자가 하반기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더블 딥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환율은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원화 강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을 보여 원화가 약세겠지만 달러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위상 약화를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 미국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심리를 자극해 한국 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창규·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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