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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다논·쉐보레 한국 광고가 다른 까닭

중앙일보 2011.08.08 00:05 경제 8면 지면보기






박찬수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지난 4월 학회 참석차 미국 뉴욕에 갔을 때였다. 필자는 호텔 방 TV에서 낯익은 광고를 발견하고 시선을 고정시키게 되었다. 애플의 아이폰 광고였다. 한국에서 “아이폰이 없다는 것은, 바로 이런 아이폰이 없다는 것”이라는 대사가 나왔던 광고와 비주얼·광고 문구가 너무 흡사했다.



 “한국에서 만든 광고를 미국에 갖고 와서 틀어주는 것인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지난 7월 중국 상하이 출장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를 하나의 시장인 양 동일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글로벌 광고가 항상 정답일까. ‘금색 보타이의 마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점유율이 급상승 중인 쉐보레의 브랜드 론칭 광고 캠페인은 애플 광고와는 좋은 대조가 된다. 한국GM은 한국인들이 자동차에 갖고 있는 인식을 철저히 분석해 쉐보레를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을 도출했다. 이렇게 나온 광고는 자동차를 신분 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인식을 꼬집고, 자동차의 본질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질문했다. 다른 회사가 아닌, 100년의 역사를 가진 쉐보레가 던지는 질문이기에 큰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 회사의 경차 모델인 스파크 광고에선 경차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부담을 느끼는 한국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스파크가 자동차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도 사랑받는 자동차임을 보여줬다.



 또 올란도 광고 역시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일반적인 MPV 광고가 아닌 드라이빙의 재미를 추구하는 한국인들의 잠재적 욕구를 반영했다. 쉐보레의 광고는 ‘쉐보레’라는 브랜드 네임·로고와 더불어 사람을 중요시한다는 브랜드 코어 밸류는 유지하되, 로컬시장에 맞춰진 이른바 글로컬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 덕분에 쉐보레의 브랜드 인지도는 급속히 상승했고 출시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시장점유율 10%를 넘어서는 개가를 올리게 되었다.



  다른 유형의 글로컬 광고들도 있다. 올림푸스는 디지털 카메라의 기능을 앞세우지 않고 감성적으로 접근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스 기업이자 세계적인 유제품 회사 다논의 대표 제품, ‘액티비아’는 유명 연예인은 모델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한국 시장에서만 예외로 했다. 정형화된 액티비아 글로벌 광고는 일상생활 속에서 더부룩해진 배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두 여성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루어지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만은 빅모델 이승기를 내세워 이를 달리했고, 이 덕에 꾸준한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SKII와 닌텐도는 제품 이미지는 글로벌하게 통일시키되 한국인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 광고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어떤 스타일의 광고를 해야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을까. 문화적 차이가 작은 하이테크 제품이나 고가, 혹은 명품 브랜드는 글로벌 광고가 적합하다. 반면 문화적 차이가 큰 음료나 대중소비재의 경우 포지셔닝은 글로벌하게 유지하더라도 표현 방법을 달리한 글로컬 광고, 아니면 포지셔닝과 표현 방법까지 현지 상황에 맞춘 로컬 광고가 적합하다. 하지만 이런 원칙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비록 하이테크 제품이더라도 경쟁자가 글로벌 광고를 한다면 차별화하기 위해 로컬 광고를 하는 역발상이 먹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찬수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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