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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1억 3700만 점, 1분에 하나씩 봐도 267년 걸려

중앙선데이 2011.08.07 02:17 230호 28면 지면보기
1846년 8월 10일은 스미스소니언협회 설립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제정된 날이다. 영국 귀족과 프랑스 왕녀 출신 과부의 서자로 태어난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스미슨은 1829년 죽으면서 막대한 재산을 남겼다. 상속자가 없었던 그는 유서에 “내 유산을 조카에게 물려주되 그 조카가 죽을 때 상속자가 없으면 유산을 모두 팔아서 미국 워싱턴에 인류의 지식을 늘리고 확산하는 기관을 세우며 이름은 내 이름을 따서 ‘Smithsonian Institution’으로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6년 후 조카가 사망했을 때 상속자가 없었다. 유산은 일단 모두 영국으로 귀속됐다.

권기균의 과학과 문화 인류 지식의 보고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그러나 이 사실을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이 알게 됐고, 미 의회는 변호사를 보내 영국과의 소송에서 이겼다. 그래서 1838년 50만 달러의 유산을 모두 미국으로 가져왔다. 당시에 그 돈은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 그때부터 ‘인류의 지식을 늘리고 확산하는 기관’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토론이 8년이나 이어졌다. 결국 ‘박물관이면서 연구소이고 도서관도 갖춘 기관’으로 결론 났고, 법이 제정됐다.

특이한 것은 제임스 스미슨은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미국을 방문한 적이 없고 미국의 누구와도 편지 왕래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 그가 왜 미국의 워싱턴에 유산을 모두 보내라고 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서자로서 차별 없는 세상을 동경해서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아무튼 이렇게 극적으로 탄생한 스미스소니언은 지금 세계 최대의 박물관·연구소 복합기관이 됐다.

스미스소니언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세 번은 놀란다. 처음에는 미 국회의사당 앞 내셔널 몰(사진)의 큰 건물이 모두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며 19개의 박물관, 미술관·국립동물원과 9개의 국립연구소, 20개의 도서관과 함께 상근 직원이 6100 명이며 자원봉사자도 7000명이라는 ‘방대한 규모’에 놀란다.

다음은 박물관 입장료가 무료일 뿐 아니라 관람객이 엄청나다는 데 놀란다. 2010년 한 해 스미스소니언 방문자가 3020만 명이다.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항공우주박물관으로, 관람객이 830만 명이다. 2등이 680만 명의 자연사박물관이고, 3등은 역사박물관으로 420만 명이다.

셋째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풍부한 전시물과 세련된 전시 기법이다. 항공우주박물관에서는 린드버그가 최초로 대서양을 횡단했을 때 탔던 비행기 ‘세인트 오브 루이스’, 최초의 상업용 우주선 ‘스페이스십 원’, 최초의 달착륙선 아폴로 11호와 우주선 머큐리 ‘프렌드십 7호’ ‘제미니 4호’, 척 예거가 탔던 최초의 초음속비행기 ‘벨 X-1’, 그리고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등이 실물로 23개 전시실에 펼쳐져 있다.

자연사박물관 1층에는 공룡과 화석전시실, 포유동물 전시실, 해양 전시실, 인류의 기원 전시실이 있다. 포유동물 전시실에는 274마리의 포유동물 표본들이 ‘진화’를 주제로 실감나게 전시돼 있고, 해양 전시실은 길이 45피트의 고래, 1000갤런의 물속에 인도·태평양 출신 산호초가 자라는 수족관을 비롯해 방대한 해양 생물들이 화려하게 전시돼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인류의 기원’ 전시는 10년간 100명의 인류학자가 연구한 결과를 25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2층 보석 광물 전시실은 45.2캐럿의 블루 다이아몬드인 호프 다이아몬드와 각종 보석·광물이 가득하다. 그 외에 지구와 달의 여러 암석과 운석, 곤충, 살아 있는 나비, 각종 생물의 뼈, 한국관, 이집트 미라 전시실 등도 볼거리가 넘친다.

스미스소니언의 컬렉션은 1억3700만 점이다. 그중 자연사박물관의 컬렉션이 전체의 92%로 1억2650만 점이나 된다. 인류학·식물학·고생물학·광물학뿐 아니라 곤충 3000만, 어류 800만, 새 박제 표본도 60만 점이다. 국립동물원에는 1800마리의 살아 있는 동물이 있다. 이것들을 다 보려면 1분에 하나씩, 먹지도 자지도 않고 봐도 267년이나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스미스소니언은 소장품의 2% 정도만 전시를 하고 나머지는 수장고에 넣어 둔다.

역사와 문화 컬렉션은 1020만 점이 있다. 역사 관련 330만, 코인·메달·지폐 150만, 각종 기념우표와 우편 발달에 관한 것이 600만 점이다. 항공과 우주에 관한 컬렉션은 5만8300점이다. 예술품도 상당하다. 모두 32만4200점이나 된다.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세공품과 그림, 의류, 동양 예술품과 생활용품, 아프리카 미술품과 토산품이 수만 점 있다. 각종 디자인 작품 20만6700 점, 허시혼 뮤지엄의 근현대회화와 조각 작품 1만1500점, 초상화 2만 점, 미국 화가들의 작품 4만2200 점이 있다.

우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립자연사박물관이 없는 유일한 나라다. 로켓 분야도 걸음마 수준이다. 말만 무성하다 중단된 국립자연사박물관과 제대로 된 국립항공우주박물관 건립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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