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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unday
서울이 국제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걸 반영하듯 이제 공공장소에서 들리는 언어는 영어뿐만은 아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자기네 나라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선 조용조용 얘기하던 외국인들도 한국에만 오면 맘놓고 떠들어댄다. 게다가 외국인들 중 일부는 지하철 안에서 떠들어도 되는 게 한국의 문화인 것처럼 잘못 알고 있다. “한국 사람들 전부 큰 소리로 통화하고 떠드는 걸 보니 그런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도쿄에서 온 내 친구 S는 “한국 지하철에선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일본의 경우 지하철은 역과 역 사이에서 전파가 끊겨 휴대전화를 쓸 수 없기 때문에 급하면 지하철에서 내려 전화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선 그런 것 신경 안 써도 되니 편하다는 것이다. 어떤 미국 신문의 서울 특파원은 “한국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나 ‘동방예의지국’은 아닌 것 같다”며 “젊은이들은 너무 시끄럽고, 노인들은 외국인을 대놓고 아래위로 훑어봐서 불쾌하다”고 말했다.
어쩌면 나도 소음 천국의 공범 중 하나일 것이다. 일본에 갔을 때 친구와 나름 조곤조곤 얘기를 했는데도 주변에서 “왜 이리 시끄러우냐”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일본처럼 지하철에서 전파를 끊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유는 누리되 자제의 미덕을 발휘해 보자는 거다. 외국인들로부터 “아무데서나 마음껏 떠들 수 있어 서울이 편하다”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 여자친구와 싸운 얘기, 라면 먹고 잔 얘기, 공짜로 스마트폰 산 얘기를 지하철에서 광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