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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에 세금 매겨야” “경영상 판단에 과세는 부적절”

중앙일보 2011.08.06 00:53 종합 14면 지면보기



조세연구원, 5개 과세방안 토론



조세연구원 주최 ‘세법 개정 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 한상국 전북대 교수, 안종석 한국조세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 이전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 [엄지 인턴기자(한국외대 산업경영)]





대기업의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정부의 과세방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주식가치 증가분이나 영업이익에 증여세를 매기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또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시점인 2004년부터 소급해 과세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검토하고 있다. 소급과세를 하지 않으면 실질과세 측면에서 효과가 크지 않아 ‘국민 정서’를 달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조세 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위헌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5일 은행회관에서 한국조세연구원이 개최한 ‘세법 개정방향에 관한 정책토론회’에서 물량 몰아주기 과세방안 5개 안을 공개했다. 이는 ①주식가치 증가분에 대한 증여세 과세 ②영업이익에 대한 증여세 과세 ③영업이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④수혜기업에 대한 법인세 추가과세 ⑤물량 몰아주기를 한 특수관계기업에 대한 손금불산입 등 5개 안이다. ①②안은 증여세, ③안은 소득세, ④⑤안은 법인세를 통해 대주주의 사실상 증여행위를 제재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세나 법인세로 제재하는 것보다 사실상의 증여행위에 대한 과세인 만큼 증여세를 활용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①안의 경우 주가 상승이 물량 몰아주기로 인한 것인지 정확하게 구분하기 힘들고, 비상장회사는 주가 자체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②안도 수혜기업의 영업이익과 주주의 증여이익 간에 상관관계가 낮고 회사(영업이익)와 주주를 구별하는 상법 정신과도 어긋난다는 게 단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한 찬반을 떠나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가 많았다. 이현석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명분이 좋다고 수단까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며 “물량 몰아주기 과세를 보니 1990년 도입됐다 몇 년 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일치 판정을 받은 토지초과보유세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②안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지난달 제시했던 방안과 비슷하다. 보수 정부와 진보 정당 간의 기묘한 ‘좌우 합작’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의원은 일감을 몰아 받은 법인의 지분을 30% 초과해 보유한 총수 일가 개인을 과세 대상으로 했다. 계열사가 몰아준 일감에서 발생한 영업이익을 해당 법인이 증여받은 증여가액으로 정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실질적인 증여와 상속이 있으면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완전포괄주의로 개정된 2004년 이후부터 과세하자는 주장도 이 의원이 내놓은 안이다. 이런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2조원 이상의 재산을 증식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2004~2010년 모두 629억원을 증여세로 납부해야 한다. SK C&C를 통해 비슷하게 2조원 이상의 재산을 늘린 최태원 SK 회장은 2004~2010년 총 460억원을 내야 한다.



 정부는 수혜기업의 지분이 3~5% 이상인 오너 가족을 과세대상자로 예시하고 있다. 이정희 의원 안(지분 30% 이상 소유 오너 가족)보다 더 과세대상이 넓다. 일부 토론자는 소급적용 등을 둘러싸고 정부의 ‘과욕’을 경계하기도 했다. 재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단순히 물량이 많다는 이유로 정상거래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사후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보다 공정거래법 등 현행 법령과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내놨다.



글=서경호 기자

사진=엄지 인턴기자(한국외대 산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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