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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청소년에게 걷기 의미 가르치자

중앙일보 2011.08.06 00:15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법혜
민주평통자문위원
민족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얼마 전 아침 아름다운 풍경 하나를 만났다. 통일된 복장을 한 청소년 50여 명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걷고 있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국토순례에 나선 학생들이었다. 300여m 앞에 똑같은 복장의 모둠이 더 있었다. 100여 명의 청소년이 두 모둠으로 나뉘어 우리 땅을 밟아 걸어가는 중이었다.



 두 발로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인간 행위다. 탈것에 지나치게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걷기의 의미를 간과하고 산다. 천천히 걷는다는 것은 세상의 흐름을 함께 호흡한다는 의미다. 눈앞의 일들만 바라보며 바쁘게 살다 보면 주변의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 일인가 놓치기 십상이다. 걷다 보면 내가 선 땅의 위치를 분명히 아는, 시쳇말로 주제 파악을 반듯하게 하는 힘이 길러진다. 그래서 스님들은 한철 안거공부가 끝나면 만행(萬行)이라 하여 떠돌이 생활로 공부를 삼기도 한다.



 이 땅을 걸어 본 사람은 안다. 우리 땅이 얼마나 아름답고 순하고 풍요로운가를. 하지만 우리는 오랫동안 걷기에 인색했다. 복잡한 세상 살기도 바쁜데 언제 한심스럽게 걸어가느냐는 식이었다. 하지만 요즘 둘레길이나 올레길이 인기를 얻어 길을 걷는 ‘뚜벅이족’이 늘고 있다.



 청소년들이 우리 땅을 두 발로 걷는 것도 권장할 일임에 틀림없다. 애국애족 정신을 심어주자는 의도적 취지가 아니라, 적어도 자신이 태어나 살고 있는 땅의 풍광과 기운이 어떤 것인지는 알게 하기 위해서다. 산맥 하나만 넘으면 말씨가 다르고 풍습이 다른 우리의 생활상을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공부다. 거기에 건강과 우정, 역사와 문화 체험 등 덤도 많다. 여름방학에 아이들을 학원과 교습소로만 내모는 부모라면 한번 생각해 보라. 살아 있는 교습소인 이 땅의 아름다운 길로 자녀를 내보내는 것이 어떠할지를. 



김법혜 민주평통자문위원·민족불교중앙협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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