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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반기문 효과’ 일과성에 끝나지 않으려면

중앙일보 2011.08.06 00:15 종합 29면 지면보기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각종 회의에 참석하다 보면 외국 참가자들로부터 ‘반기문 효과(Ban’s effect)’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최근 수년 사이 유엔과 각종 국제기구에서 한국인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배경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인이 국제기구에 활발히 참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외교통상부가 집계한 국제기구 진출 현황에 따르면 작년에만 70명이 늘어나 올 5월 현재 총 398명의 한국인이 국제기구에서 활약하고 있다. 국장급 이상 고위직에 근무 중인 사람과 선출직인 각종 위원회 위원장도 급속히 늘고 있다.



 유네스코의 경우 대략 3년 전부터 한국인 직원이 늘기 시작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유네스코의 한국인 직원 수는 최소 할당량인 7명도 채우지 못한 5명 내외에 맴돌았다. 그러나 이제는 최고 할당량인 11명에 도달했다. 또한 3명의 한국인 교수가 유네스코 산하의 과학 분야 국가간위원회 위원장으로 올해 새로이 선출됐다. 이들 한국인은 각 국제기구가 만든 협정서·의정서·선언문에 담긴 각종 국제 규정을 해석·집행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한다. 이들은 맡은 직분을 통해 한국 사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고위직 근무자를 더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시에 국가별 쿼터도 없으면서 국제 규칙을 직접 작성하는 실무회의에 전문가들을 보내야 한다. 협정서 등은 각국의 행정적 대표들이 최종 채택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은 전문가 단계에서 만든다. 우리 전문 학자들이 실무회의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한국의 제도·문화·관행을 반영할 수 있다.



 유네스코는 문화다양성 국제협약, 스포츠 반도핑(Anti-Doping) 국제협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협약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내용이 서구 선진국 중심으로 돼 있어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유리하다. 예를 들면 스포츠 반도핑 협약은 운동선수들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만일 우리 임상 전문가가 실무회의에 참여하면 우리 혹은 아시아의 제도와 식생활 문화를 협약 내용에 반영할 수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작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매년 30여 명의 전문가를 유네스코 산하 각종 준비회의에 파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국제전문가를 양성하고, 궁극적으로는 국제기구의 예산으로 초청받으려는 것이다. 이 같은 국제기구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 활발해질 때 ‘반기문 효과’는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전택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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