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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46억 들인 거북선 유람선 … 녹슨 채 방치

중앙일보 2011.08.03 01:04 종합 4면 지면보기



[내 세금 낭비 스톱!] 1년째 선착장 신세 왜



전남 여수시 돌산대교 인근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녹이 슬고 있는 거북선 모양의 유람선. [여수=프리랜서 오종찬]



2일 오후 전남 여수시 돌산읍 돌산대교 인근의 유람선 선착장. 뱃머리에 용머리가 붙은 거북선 모양의 유람선 한 척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크고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하얀색 선체에는 군데군데 녹이 슬어 있었다. 배 앞부분에는 검붉게 녹슨 닻이 바짝 끌어 당겨져 있어 오랫동안 운항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배는 지난해 8월 건조된 이후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선착장에 묶여 흉물이 되고 있다.



 원래 이 유람선은 여수시가 2009년 4월 꺼낸 회심의 카드였다.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맞춰 여수의 명물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무게 426t에 승객 306명을 태울 수 있는 유람선 건조 예산은 44억원. 시는 여수엑스포 홍보와 해양 관광 인프라 구축 등을 내세워 사업에 착수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건조비의 절반(22억원)도 받았다. 시는 2010년 10월부터 거북선 유람선이 국내외 관광객들을 태우고 여수의 바다를 누빌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빗나갔다. 지난해 8월 건조되자마자 ‘안전성’과 ‘실용성’ 논란에 휘말렸다. 배는 3층으로 건조됐다. 높은 데다 무거운 철판으로 지붕을 만들어 전복 우려가 제기됐다. 애초 계획과 달리 정원이 206명으로 줄어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시는 보완에 나섰다. 1억6000만원을 들여 연회장 구조를 개선하는 등 리모델링했다. 출항 시점이 2011년 4월로 6개월이나 미뤄졌다.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자 이번엔 다른 문제가 터졌다. 시는 올 5월 유람선 운영 사업자 공모를 하고 입찰 끝에 ㈜경성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배는 시가 세금으로 건조했지만 유람선 운영권을 민간에게 주고, 연간 임대료 4200만원으로 건조 비용을 뽑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시는 사업자 선정 이후 10여 일 만에 사업자 선정을 돌연 취소했다. 경성 측이 사업권을 따면서 ‘10일 안에 선박 접안시설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10일 안에 접안시설을 설치하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경성은 유람선 인근 해상에 1억5000만원 상당의 선박 접안시설을 띄워놓고도 설치를 하지 못했다. 여수시도시공사로부터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 허가를 받으려면 14일가량이 소요된다. 경성의 한성철 대표이사는 “시가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조건을 내걸어 사업이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여수시 강승원 관광과장은 “경성이 계약대로 선박 접안시설을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당하게 사업권을 취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성 측은 여수시를 상대로 법원에 ‘여수 거북선호 위탁운영자 선정 결정 및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민사합의4부(부장 송기석)는 “신청인의 주장에 이유가 있다”며 본안 판결이 이뤄질 때까지 다른 업체와 계약을 못하도록 결정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본안 소송의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 5월 여수엑스포 이전에 거북선 유람선 출항은 불가능하다.



 고효주 여수시의원은 “여수시가 유람선을 건조할 때 안전성과 경제성을 꼼꼼히 따지지 않아 세금을 낭비한 데다 사업자 선정 때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유람선은 운항도 못하고 녹만 스는 흉물이 됐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연간 선체 보험료 4570만원, 관리비 3000여만원, 선박 접안시설인 부장교 사용료(100만원) 등 8000여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 또 사업자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1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검사비용 1억원을 추가로 물어야 한다. 건조비 외에도 2억원가량의 시민 세금이 계속 낭비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고 의원은 “유람선 건조를 추진한 담당자를 찾아서 책임을 묻고, 사업자 선정 때 문제가 없었는지도 따지겠다”고 말했다.



여수=최경호 기자



◆공유수면 점용 및 사용 허가=국가 소유인 바다나 하천에서 각종 건축·준설·굴착을 할 때 밟아야 하는 법적 절차. 현재 공유수면관리청(시장·군수·구청장)의 법적 처리 기간은 14일이며, 관할 지방해양항만청과 해양수산과학연구원 등의 협의(협의 기간 20일) 등을 거치면 신청에서 허가까지 총 34일이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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