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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상한 합의 후 … 오바마, 같은 편으로부터 십자포화

중앙일보 2011.08.03 00:44 종합 12면 지면보기



크루그먼 “오바마가 항복한 것”
클리버 “사탄의 샌드위치 합의”



크루그먼(左), 클리버(右)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이 4일로 만 50세를 맞는다. 이날 고향인 시카고에서는 내년 재선을 위한 기금 모금 생일 파티가 열릴 예정이다. 때마침 사상 초유의 디폴트(채무 상환 불이행) 위기도 고비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가 소속된 민주당 등 진보진영 내부의 십자포화가 쏟아지고 있다. 야당인 보수 공화당과 합의한 정부 부채 상한 증액안이 화근이다.



 가장 센 포문은 미국 내 진보 논객인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이 열었다. 크루그먼은 1일자 뉴욕 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번 타결안은 억지가 통하고 정치적 희생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걸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칼럼 제목은 아예 ‘대통령의 항복들(surrenders)’이었다.



 특히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지난해 12월엔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조치를 연장해주면서 항복했고, 올봄에는 공화당의 정부 폐쇄 위협에 항복했고, 이번에는 부채 상한 증액을 둘러싼 억지에 또 항복했다”고 논평했다. 케인스 학파로 경기부양론자인 그는 이번 타결안이 정부 지출 삭감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최악의 선택은 정부 지출 삭감인데 이번 안은 미국 경제를 더욱 침체시킬 것”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1차 산품에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인) ‘바나나 공화국’으로 갈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강탈이 승리하고, 미국이 패배했다”고 썼다.



 의회 쪽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을 향한 ‘같은 편’의 공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저소득층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정부 지출 삭감이 합의안의 골자인 반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가 제외됐다는 점이 비판의 초점이었다.



 민주당 하원의원인 이매뉴얼 클리버(미주리주 캔자스시 잭슨 카운티)는 “민주당은 아무것도 얻어낸 것이 없다”며 합의안을 “설탕 바른 사탄의 샌드위치”라고 평가절하했다. 존 개러멘디(새크라멘토 카운티) 하원의원도 “대통령이 얼마나 여러 번 TV에 나와 균형 접근을 강조했느냐”며 “그러나 정부 지출은 삭감하면서도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만든 고소득자에 대한 감세조치가 그대로 합의안에 들어 있다”고 꼬집었다.



 진보 진영 내부의 거센 비판에 직면한 백악관은 방어에 나섰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명하게 협상했으며, 합의안의 적자 감축안은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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