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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넘치는 시장

중앙선데이 2011.07.31 02:25 229호 10면 지면보기
구례 장에 가서 채소전을 돌아다녔습니다. “이거 노지 오이네! 얼마예요” “그거 잘 생긴 것 골라 천 원요.”
기웃거리다 저도 끼어들었습니다. “저 아줌마가 좋은 걸 골랐으니 나머지는 좀 싸요?” 웃으며 흥정을 했습니다. “그냥 천 원요” “좋은 놈 골라가요.”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래도 천 원, 저래도 천 원인가 봅니다. 조금 부실한 놈을 골랐는지 덤으로 하나 더 얹어 줍니다. “노지 오이가 하우스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하우스 거는 길고 뾰족한데 맛이 없어” “나는 하우스 거는 안 먹어.” 주인 아줌마가 ‘노지 오이’를 힘주어 말합니다. “그거 채 썰고, 매실 액 좀 넣고, 빨간 양파 송송 썰어 넣으면 은근히 단맛도 나고 보기도 예뻐.” “무쳐먹는 거예요?” “아니 오이 싱건지! 오이냉국!” “요즘 더워죽겠는데 오이냉국이 시원하잖아요.” 오이 몇 개 사는데 요리법도 가르쳐 주고 정말 오이를 확실하게 팝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또 다른 아줌마가 끼어듭니다. “이 아줌마 물건 깨끗하고 좋아.” “금방 다 나가.”
손맛 좋은 보리밥집 막걸리에 슬쩍 취하고, 아줌마들 ‘말씀’에 한 번 더 취합니다. 장날의 즐거움입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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