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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리스 부부① 호르몬 탓만 하지 말라

중앙선데이 2011.07.31 00:05 229호 18면 지면보기
“뻔한데 뭘 해? 가족과 어떻게 성욕이 생겨?”
부부의 성 문제에 있어 가장 흔한 고민거리인 섹스리스. 필자는 섹스리스에 단순히 발기유발제나 정력음식을 떠올리거나, 야한 속옷을 사거나 좀 예뻐지면 남편이 달라질 것이라 여기는 아내를 보면 안타깝다. 심지어 일부 의료진마저 섹스리스 문제에 간단한 약 처방이나 시술 하나로 바뀔 것이라며 현혹하는 행태에 더욱 가슴 아프다.

부부의사가 쓰는 性칼럼


이런 서글픈 현실에 섹스리스의 올바른 이해와 대처를 위해 그 다양한 원인과 배경을 몇 회에 걸쳐 두루 훑고자 한다. 우선 섹스리스 중에서도 성욕이 별로 없다는 사례를 보자. 성욕은 크게 호르몬 요소, 심리적 요소, 관계갈등, 성기능장애 등에 따라 억제될 수 있다.

많은 이가 성욕이라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로 거론한다. 이 호르몬이 남녀의 성욕이나 성기능에 아주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만 성욕을 좌우하는 게 아니다. 성욕은 심리적 영향도 많이 받고, 호르몬 중에는 프로락틴·콜티졸·갑상선호르몬 등과도 관련된다. 또 뇌의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진 세로토닌·도파민 등도 성욕을 좌우한다.

물론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욕 저하와 성기능 저하가 생긴다. 대표적인 예가 주로 40대 중반 이후에 찾아오는 ‘남성갱년기’다. 성욕저하, 발기력 저하, 사정 시 쾌감 감소, 정액량 저하, 피로감, 저녁 식후의 식곤증 등은 테스토스테론 부족 시 흔히 나타난다. 여성도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욕저하뿐 아니라 분비저하나 성교통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테스토스테론의 확인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요즘 같이 경쟁과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의 성욕저하는 콜티졸과 연관성이 있다. ‘Fight or Flight’ 호르몬으로 알려진 콜티졸은 부신에서 분비되는 위기관리 호르몬으로 생명의 위기와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특히 일과 관련된 위기의식 등 직무 스트레스가 강하면 심신의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콜티졸이 상승해 자율신경계 불안정에 따른 발기저하 및 성욕저하 등으로 이어진다.

여성의 경우 프로락틴이나 갑상선호르몬의 문제가 성욕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 프로락틴은 임신·수유 중 상승하는 유즙 분비 호르몬이다. 이게 상승하면 성욕이 줄고 여성의 성기조직이 위축돼 분비저하 및 성교통을 일으킨다. 일반적으로 임신·수유 중 여성의 성욕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임신·수유가 끝난 후에도 성욕이 계속 낮다면 혈중 프로락틴의 상승과 관련된 원인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갑상선 호르몬도 성욕 문제를 만들 수 있다. 갑상선 저하증이 있거나, 갑상선 항진증 환자가 약물치료에 의해 갑상선 호르몬이 억제되면 신진대사가 줄고 성욕도 떨어진다. 이외에도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도파민 등이 우울증 등으로 결핍되면 2차적인 성욕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상대를 사랑한다고 해서 항상 성욕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심신이 건강하고 부부 사이가 괜찮다면 아예 성욕이 없을 순 없다. 섹스리스에 성욕 저하가 뚜렷하다면 심신의 원인을 두루 따져야 한다. 그중 호르몬은 신체적 원인 중에 확인해야 할 첫 번째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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