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500억원 가치, 리즈의 보석은 누구에게 … 

중앙선데이 2011.07.30 23:54 229호 20면 지면보기
1 1958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밸런타인데이 무도회에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다이아몬드 티아라를 쓰고 참석한 모습. 티아라와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세 번째 남편 마이크 토드의 선물이다.[AP=본사 특약]
올 3월 타계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생전에 이런 얘기를 했다. “유명하지 않았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고. 그는 압도적인 미모로, 뛰어난 연기로, 불같은 로맨스로, 여덟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늘 관심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스타로만 머무른 건 아니다.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향수를 히트시킨 성공한 사업가였고, 에이즈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노력한 박애주의자였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소장품 세기의 경매

리즈(Liz·엘리자베스의 애칭)의 유산이 경매에 나온다. 뉴욕 크리스티는 그의 소장품 경매 일정을 확정했다. 보석·의상·미술작품·영화 관련 물품 등이 9월부터 모스크바·런던·두바이·제네바·파리·홍콩 등 전시를 거쳐 12월 초 뉴욕에서 경매에 들어간다. 유명인의 삶이 담긴 소장품은 과거에도 높은 경매가를 기록했다. 1993년 소더비에서 열린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의 보석·의상 경매도 그랬다. 당시로선 경이적인 3450만 달러(현재가 약 8500만 달러)의 낙찰가 기록을 세웠다. 누구보다 특별한 삶을 산 리즈의 소장품은 세기의 경매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가 남긴 부동산 등 유산의 가치는 6억 달러가 넘는다. 이 중 보석 가치만 1억5000만 달러(약 1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역시 보석이다. 나흘 일정 중 보석 경매만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리즈가 일생 동안 열정적으로 수집했던 보석은 엄청난 크기와 잘 보존된 품질만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여기에 불가리·카르티에 등 주얼리 하우스의 예술적인 디자인이 더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석은 리즈의 인생이었다. 그의 보석은 상당수 남편들에게 받은 선물이었다. 특히 세 번째 남편인 영화제작자 마이크 토드와, 결혼과 이혼을 거듭했던 리처드 버튼이 선물한 보석은 떠들썩한 구매 과정과, 그것을 착용한 리즈의 아름다움으로 대중의 시선을 모았다.

2 69.42 캐럿 ‘테일러-버튼’ 다이아몬드 목걸이. 3 리처드 버튼이 선물한 불가리의 에메랄드 목걸이.
크리스티 측은 리즈의 보석 중 어떤 것이 경매에 나올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3년 리즈가 펴낸 책과 전시 등을 통해 컬렉션의 가치와 경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보석을 수집한 건 마이크 토드를 만나면서다. 57년 결혼해 13개월 만에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아름다운 보석을 리즈에게 선물했다. 다이아몬드 티아라(왕관)는 그중 하나다. 그는 리즈에게 “나의 여왕인 당신은 이것을 써야만 한다”며 티아라를 선물했다. 훗날 리즈는 이렇게 썼다. “195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 티아라를 썼는데, 마침 이날 마이크가 제작한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작품상을 탔다. 당시 티아라가 패셔너블한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난 써야 했다. 왜냐하면 이날 마이크는 나의 왕이었으니까.”

루비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카르티에 목걸이 역시 빛나는 아이템이다. 그는 57년 수영장에서 리즈에게 이 목걸이를 걸어 줬다. “거울이 없어 물에 목걸이를 비춰볼 수밖에 없었다”던 리즈는 로맨틱한 이 순간을 “완벽한 여름이었고, 완벽한 사랑이었다”고 회고했다.

리즈는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리처드 버튼을 만나 64년 결혼했다. 할리우드 톱스타 부부의 영화 같은 결혼 생활이었다. 리처드 버튼은 시도 때도 없이 ‘어떤 구실을 대서라도’ 리즈에게 보석을 선물했다. 리즈는 인터뷰에서 “매일 기념일이었다”고 했다. “화창한 날이라고 선물하는가 하면, 산책을 가자고 선물을 사주기도 했다. ‘오늘은 화요일, 사랑해’라며 보석을 선물했다.” 리처드 버튼은 리즈의 보석 사랑을 놓고 농담도 즐겼다. “리즈가 아는 이탈리아어는 불가리뿐”이라거나 “다이아몬드 구매는 투자다. 나중에 사람들이 더 이상 우리를 원하지 않을 때 하나씩 팔 수 있지 않나”라고 말이다.

그는 68년 리즈를 위해 33.19 캐럿의 ‘크루프 다이아몬드(Krupp Diamond)’가 박힌 해리윈스턴 반지를 30만5000달러에 구입했다. 둘의 탁구 시합에서 리즈가 이긴 기념이었다. 전 소장자 베라 크루프는 나치에 군수품을 조달했던 사람이다. 반지를 손에 넣은 리즈는 이렇게 얘기했다. “나처럼 멋진 유대인 여성이 이 반지를 갖게 됐다는 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60년대 후반 리즈는 왼손에 이 거대한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영화에 출연하곤 했다.

다음은 ‘라 페레그리나(La Peregrina)’ 진주였다. 69년 리처드 버튼은 리즈의 38세 생일 선물로 물방울 모양의 이 진주를 소더비에서 낙찰받았다. 1500년대 영국의 메리 여왕, 1600년대 스페인의 마르가리타 여왕을 거쳐 한때 나폴레옹이 소장했던 역사적 가치가 큰 보석이다. 리즈는 카르티에에 디자인을 의뢰했고, 진주는 다이아몬드·루비와 세팅된 목걸이로 다시 태어났다.

72년 40세 생일엔 ‘타지마할 다이아몬드’를 선물받았다.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이 아끼던 황후 뭄타즈 마할을 위해 선물했던 하트 모양의 다이아몬드다. 황후를 위해 타지마할을 건축했던 샤자한의 이야기를 빗대 리처드 버튼은 “리즈를 위해 타지마할을 사야 했는데, 옮기는 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어쩔 수 없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리즈의 손을 떠났기 때문에 경매와는 관계없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테일러-버튼’이라 불리는 69.42캐럿 다이아몬드다. 오나시스와 해리 윈스턴도 참여한 69년 경매에서 리처드 버튼은 보석을 얻지 못했다. 승자는 카르티에였다. 리처드 버튼과 끝까지 맞붙은 끝에 105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다이아몬드로는 당시 최고가 기록이었다. 리처드 버튼은 포기하지 않고 새 주인인 카르티에 측과 거래했다. 그는 하루 만에 110만 달러에 다이아몬드를 사들였다. 다이아몬드는 더 유명해졌다. 리즈는 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착용하다가 “나한테조차 이 다이아몬드는 너무 크고 무겁다”면서 카르티에에 목걸이로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하지만 리즈는 리처드 버튼과의 두 번째 이혼 직후인 78년 이 다이아몬드를 500만 달러에 팔았다. 보츠와나에 병원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2002년 리즈는 바버라 월터스쇼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공개한 데 이어 이듬해 자신의 보석 이야기를 쓴 책My Love affair with Jewelry를 출간했다. 여기엔 불가리, 반 클리프 아펠, 카르티에 등 화려한 보석 사진과 함께 그에 얽힌 이야기들이 담겼다.

그는 ‘보석의 어떤 점이 좋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땅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보석은 완벽함으로 우리를 매혹하는 신의 작품이다.” 책에는 이렇게 썼다. “이렇게 훌륭한 컬렉션을 가질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내가 소유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떤 그림도, 어떤 아름다운 예술도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모두 잠시 맡아 보호할 뿐이다.”

경매가 끝나면 리즈의 보석은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질 것이다. 그는 “다이아몬드에 기대어 울 수도 없고, 다이아몬드가 어두운 밤을 따뜻하게 해줄 수도 없다. 그렇지만 밝은 태양 아래서는 분명 기쁨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보석은 힘든 이들이 기댈 어깨가 되고,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될 것이다. 리즈의 소장품 전시 및 경매 수익금 일부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이즈 재단(ETAF)’에 기부될 예정이다.

선데이 배너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