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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게임, 증시에 부담이자 기회

중앙선데이 2011.07.30 23:43 229호 22면 지면보기
미국 뉴욕의 국세청 건물 인근에 ‘국가부채 시계’라는 명물이 있다. 현재 총 14조4000억 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가구당 12만2000달러의 빚이다. 이 시계가 멈춰 설 날이 채 이틀도 남지 않았다. 미국의 재정적자에 따른 부채한도 상한 시한(8월 2일)에 대해 시장의 촉각은 곤두서 있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미국의 디폴트는 1979년에 한 차례 있었다. 연방정부 폐쇄는 11번 있었다. 가장 최근의 부채한도 상한에 따른 논란은 95년이었다. 과거에는 미국의 이런 부채 문제가 부분적 영향을 주기는 했지만, 세계 경제가 훨씬 상호 의존적이 된 최근처럼 이슈화된 적은 드물었다. 79년 디폴트 당시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6%에 불과했다. 마지막으로 연방정부 폐쇄가 있었던 1995년에도 -2.2%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의 재정적자는 -8.9%에 달했다. 올해는 -10.9%로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상황에 처해 있다. 여기에 갚을 능력에 대한 의문까지 증폭되고 있다.

결국 어떠한 형태로든 합의는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합의가 나오더라도 미국 내의 정치 게임은 경제와 증시에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자리 잡게 될 수밖에 없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세계 경제와 증시에 다양한 부담과 기회를 본격적으로 주는 신호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미국 정치권의 힘겨루기는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유리하게 샅바를 쥐려는 정치적 기싸움의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합의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는 불확실성 해소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반응을 넘어 한두 수 앞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부채한도 상한 논란이 끝난 다음 세계 증시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자.

쉽게 생각하면 된다. 소득이 많아지고 지출이 커질 때는 덩치 큰 자동차를 구입해서 폼 나게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소득이 적어지고 지출을 삭감해야 되면 당연히 효율성 높고 연비 좋고, 상대적으로 작고 저렴한 자동차를 찾게 되는 이치와 같다.

이런 영향은 산업계 지도에 큰 변화를 몰고 오게 된다. 마치 지난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자동차 산업 붕괴와 각국의 자동차 구매 인센티브 보장, 그리고 이를 기회로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극적으로 약진한 것과 비슷한 산업적인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최근 바이오시밀러, 줄기세포 치료, 의료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기, 예방과 진단의학 관련 주식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것도 이런 변화를 감지한 시장의 가격 반응이라고 봐야 한다.

부채상한 한도를 늘린 이후에는 지금보다 자유롭게 내수 부양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최근 미국은 3분기 GDP 성장률 둔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고용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과 성장 지향적인 규제완화책을 다양하게 내놓을 가능성은 매우 크다.
초고속 인터넷 관련 정책과 클라우드 우선 정책(Cloud First Policy) 등도 주목된다. 현재 미국의 상장 전 자금 조달(Pre-IPO) 시장에서는 징가, 그루폰, 페이스북 등 미국 내 IT 서비스 변화를 이끌 대규모 기업들이 꿈틀대고 있다.

또 최근 1, 2차 양적완화를 통한 엄청난 재정과 유동성 투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쉽게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부동산 침체에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추가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 문제에 대한 지원책도 하반기에는 미국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불만을 포착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라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측과 이를 방어하려는 측 간에 국민의 환심을 사기 위한 내수 부양책들을 쏟아낼 것이다. 이게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시장의 변동성이자,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증시는 정치·사회적 이슈에 일정 부분 반응하고 있다. 핵심 이슈는 ▶약자(중소기업)에 대한 관심과 배려 ▶내수 부양 기조 ▶방만한 지출의 효율화에 따른 산업 지도의 변화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 자생적인 IT 성장동력의 등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일련의 변화는 한국에도 투영되는 양상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중소기업의 주가 약진, 내수 서비스 기업의 강세, 바이오를 필두로 한 신성장동력 산업과 IT 서비스 부문의 주가 상승 등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다.



서재형(47) 2004~2008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주식운용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말 김영익 전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과 자문사를 설립해 한 달도 안 돼 1조원이 넘는 돈을 모았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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