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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게 부채한도 증액 권한 주는 게 합리적

중앙선데이 2011.07.30 23:41 229호 22면 지면보기
바버라 터크먼의 8월의 포성(The Gun of August)은 독일도 연합국도 1차 세계대전 발발을 원하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들은 전쟁에 휘말렸다. ‘전쟁’을 ‘디폴트’로 바꿔보자. 누구도 원치 않았지만 부채한도 위기에 몰린 미국의 얘기다.

시장 고수에게 듣는다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을 흔들면 결국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어왔다. 공화당 지도부가 존 베이너 안(案)이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도 이 안을 승인할 거라며 기업을 안심시켰다는 말도 들린다.

순진한 생각이었다. 베이너 하원의장은 자신의 안을 당내 보수파에게 설득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 지출을 9150억 달러 감축하는 조건으로 올해 부채 상한선을 9000억 달러 늘린 뒤 내년 초 협상을 통해 추가로 높이자는 ‘2단계 안’이다. 반면 민주당은 향후 10년간 2조2000억 달러의 지출을 삭감하고 2조4000억 달러로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별도의 안(리드 안)을 만들었다.

결국 상원의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과 민주당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는 곧 협상에 들어갈 것 같다. 그간 여러 합의를 도출해온 이들이 합리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면, 타협안은 다음주 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이다. 이 안은 베이너 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보수파 대신 민주당 의원들의 찬성을 등에 업고 의회를 통과할 것이다. 오바마가 타결안에 사인하면, 부채 한도 위기는 막을 내린다. 이것이 합리적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결과를 도출한 근거는 베이너 안과 리드 안이 거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두 안은 재정적자나 임의 지출 감축 폭, 부채한도 증액 폭에서 별 차이가 없다. 둘 다 실질적인 세입 증대를 포함하고 있지도 않다. 또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같다. 가장 큰 차이는 이것이다. 부채 한도 조정을 선거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공화당은 내년 초에 다시 이 이슈를 거론하고 싶은 것이고, 민주당은 2012년 대선을 위해 경제를 안정시키고, 새로운 이슈로 넘어가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이 개입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압박을 키운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를 줄일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적자 감축이 부채한도 증액과 연계되는 건 원하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 둘을 분리해 6개월간 공화당의 인질이 되는 걸 피하고 싶은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은 매코넬의 제안이다. 대통령에게 부채 상한 증액 권한을 임시 부여하는 것이다. 시대에 어울리진 않지만, 디폴트와 신용등급 하락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인 건 확실하다. 대신 공화당도 얻을 건 다 얻게 된다. 이것이 합리적인 세계에서 ‘승리’라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1914년 프랑스 국경에서 전선을 형성하고 있던 독일과 영국은 서로 의도한 바를 잘못 이해했다. 결국 아무도 승리하지 않은 전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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