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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칼럼] 평창 인프라 투자 ‘포스트 2018’을 생각하라

중앙선데이 2011.07.30 23:14 229호 30면 지면보기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계획이 눈에 띈다. 동서 간의 빈약한 철도·도로망을 대폭 보강하고 항공망도 개선한다는 내용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내용대로만 해도 대략 20조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강원도의 인프라 수준은 겨울올림픽을 치르기에는 너무 빈약한 게 사실이다. 수도권에서 강원도 바닷가를 잇는 고속도로는 영동고속도로뿐이다. 철도는 구불구불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린다. 철도나 도로 건설을 검토할 때 우선 고려하는 경제성 분석에서 강원도는 늘 고전을 면치 못했다. 땅은 넓은데 인구는 적으니 투자에 비해 수요가 적을 수밖에 없는 탓이다. 그렇다 보니 강원도에는 이렇다 할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도가 겨울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대대적인 SOC 정비 붐을 기대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정부 역시 올림픽의 성공 개최는 물론 국토의 균형발전 측면에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려 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 축에 집중됐던 SOC 투자를 이제는 동서 축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와 강원도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수립할 때 ‘2018년 이후’를 필히 염두에 두라는 것이다. 집중투자, 대규모 투자도 좋지만 올림픽이 끝난 뒤 그 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꼭 짚어보라는 얘기다. 자칫 대회 뒤에 ‘텅 빈 열차’ ‘한가한 도로’ 운운하며 과잉투자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철도 투자 논의만 봐도 그렇다. 평창유치단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68분 만에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6일 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에서도 김연아가 평창의 인프라를 소개하며 “평창이 인천에서 68분 거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동서고속철도 건설을 약속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존 철도망으로는 이 시간을 맞출 수 없다. 완전히 새로운, 직선의 고속철도를 뚫어야만 가능하다. 건설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업비만 최소 5조원 이상이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동서고속철도의 승객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 주민이다. 이렇다 할 사업 기반이 없는 강원지역을 평일에 찾을 사람은 많지 않다. 주말과 휴가철 수요가 대부분이다. 평일 낮, 텅 빈 객차는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이 때문에 몇 가지 대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존 서울~원주 간의 중앙선을 개량해 활용하자는 방안이다. 인천공항철도~경의선~경원선~중앙선~원주·강릉선을 달리게 된다. 중앙선 청량리~서원주 간 86㎞ 구간을 시속 200㎞대로 개량하고 여기에 고속열차를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럼 인천공항에서 평창 올림픽역까지 1시간47분 걸린다. 예산은 4900억원이면 된다.

인천공항철도~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고양~수서)~수서·용문선~중앙선~원주·강릉선을 연결할 경우 79분에 주파 가능하다. IOC에 한 약속에 가장 근접한다. 그런데 국고에서만 3조5000억원이 필요하다. 인천공항철도~GTX~수서·삼동선~성남·여주선~여주·서원주선~원주·강릉선을 잇는 대안은 82분이 걸린다. 일부 노선에 민간투자를 유치하면 국고는 2조2500억원이 든다. 대안별로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지만 첫 번째 안을 제외하곤 돈이 역시 많이 소요된다. 올림픽 뒤의 수요 전망도 밝지 않다.

양양공항을 대폭 확장하자는 주장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2500m인 활주로 길이를 B747이나 A380 같은 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3200m까지 늘리자는 게 강원도 요구다. 양양공항에서 강릉까지 연계 철도도 깔자고 한다. 양양공항은 인천공항·김포공항과 연결해 최단시간 내 인력과 장비 수송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올림픽에서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양공항은 만년 적자다. 수요 부족으로 대형 항공사의 정기노선은 없고 소형 항공기만 운항하고 있다. 올림픽 반짝 특수 뒤에 상황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다. 도로 신설 역시 마찬가지 우려가 나온다.

이렇게 지적하면 삽도 뜨기 전에 재 뿌리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 투자해놓고 나중에 적자·과잉 논란을 빚던 과거 행태를 반복하지는 말아야 한다. 돈 쓰기 전에 ‘최소 비용, 최대 효과’의 묘수를 찾아보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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