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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어 교사’의 고민

중앙선데이 2011.07.30 23:12 229호 30면 지면보기
한국어를 처음 접한 건 2003년, 대학에 진학했을 때다. 6년간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지난해부터는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한국어를 공부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다. 수업에 대한 고민이 커질수록 한국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체계적인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절실히 깨닫게 된다.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어 교육 능력을 잘 갖춘 교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교사가 체계적인 한국어 교수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그리 많지 않다.

아쉬움이 커지고 있을 때, 내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국어원의 초청으로 7월 초부터 2주간 한국을 방문할 수 있었다. ‘2011 국외 한국어 전문가 초청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다.

연수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행을 준비하면서 가슴이 벅찼다. 연수 프로그램은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내겐 소중한 기회였기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연수기간 중에 들은 한국어 관련 수업은 6년간 대학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강도가 높고 유익했다. 특히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수법에 대한 강의는 관심이 컸던 만큼 인상적이었다.

나는 인도네시아 대학에서 학부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업을 맡고 있다. 학생들에게 책을 읽고 문제를 풀라고 한 후,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은 이뤄진다. 숙제도 낸다. 한국어 텍스트를 읽고 녹음해서 자신의 발음을 들어보도록 했고, 번역도 제출하라고 한다. 열심히 준비하지만 강의를 하면 할수록 학생들이 과연 수업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얼마나 효과를 거두는지 자신감을 갖기 힘들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재미있게 잘 따라올 수 있는지, 수업 방식이 올바른 것인지 고민투성이였다.

그런데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읽기뿐만 아니라 한글 교수법, 문법·발음·쓰기 교수법 등 분야별로 세분화한 실무 강의로 구성돼 있었다. 참가자들이 다양한 국가 출신이란 점도 도움이 됐다. 여러 나라에서 온 한국어 선생님들은 수업이 끝나고도 밤늦게까지 숙소에서 끊임없이 토론했다. 다른 언어로 같은 언어를 가르치는 우리는 서로 다른 교육 환경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말과 글을 가르치는 데는 문화적 배경 지식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연수 과정에 포함된 한국 문화체험, 유적지 답사, 산업시설 방문 기회도 내가 해 나갈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왜 진작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었을까 아쉬움을 느낄 만큼 좋은 기회였다. 나의 한국어 능력도 향상됐고, 이젠 좀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학생들에게 알려줘야겠다는 열정이 커졌다.

한류 바람이 일본과 중국을 넘어 유럽까지 널리 퍼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K팝을 듣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국적도 더 다양해졌을 것이다. 어떻게 한국어를 공부하면 좋을지 몰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의 국가 이미지를 높여주는 선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는 외국인으로서 이런 프로그램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피뜨리 아히리아니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주에 있는 가자마다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했다. 졸업 후 모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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