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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불허’ 즐기는 일본 의원

중앙선데이 2011.07.30 23:05 229호 31면 지면보기
한동안 끊고 지내던 트위터에 접속해 한 일본 정치인의 8042번째 팔로어로 등록했다. 온다, 안 온다 설이 분분한 그의 행보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트위터에 남긴 글로만 판단하자면 그는 1일 오전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현해탄 상공을 날아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최종 행선지로 삼은 울릉도는커녕 공항 입국심사대를 빠져나오지도 못한 채 되돌아갈 게 확실한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가령, 30일 오전에 올린 글에서 그는 이렇게 다짐한다. “여러분들로부터 한국 시찰에 대한 많은 격려를 받고, 정말 기쁘고 마음이 든든합니다. 한국은 입국금지 조치를 예고했지만 계획을 변경할 생각은 없으며 신념을 갖고 행동하겠습니다.”

On Sunday

일본 야당 자민당의 영토특명위원회 소속 신도 요시타카(新藤義孝) 의원은 한국인들이 독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울릉도에 오겠다고 밝힌 의원단 4명의 대표자다. 하지만 그의 트위터 글을 보면 방문 목적이 단순한 ‘조사’에 머무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방문 계획을 처음 밝힌 7월 15일 이후 거의 매일 한국 언론의 보도를 소상하게 전화하면서 “일본에서는 상상할 수 없으리만치 가열되고 있다”고 썼다. 한국 여론이 들끓고 정부의 대응 강도가 높아질수록 그는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일본에서는 거의 보도가 없다”며 독도 문제에 무관심한 대다수 일본 국민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증거와 안전을 위해 생중계도 가능하도록 비디오(미디어)와 동행하는 게 어떠냐”는 네티즌의 제안에 대해서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이쯤이면 그의 속셈을 짐작할 만하지 않은가.

문제는 그가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도 않은 상태에서 목적의 상당 부분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여기엔 정부와 정치권의 과잉 대응도 한몫 거든 셈이 됐다. 정부를 대표하지도 않고 정치적 영향력도 미약한 몇몇 인사의 방문 계획에 온 나라가 떠들썩해지고,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나선 것은 ‘비례성’의 원칙에서 한참 어긋나는 것이다. 신도 의원급이면 일본 정계에선 소장파에 해당한다.

나는 마지막 순간에라도 그가 마음을 돌려먹길 바란다. 북핵 문제를 비롯, 한·일 두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공동 대처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판에 이런 일로 감정을 해치고 관계를 악화시킬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한·일 관계를 악화시킬 의도는 없다고 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돌아갈 것이 뻔하다. 올가을에 추진 중인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나,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한ㆍ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그가 이런 결과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울릉도 방문 계획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 ‘힘내자, 일본!’이란 구호를 새겨 넣었다. 그 구호의 의미가, 전대미문의 재앙인 동일본 대지진의 상처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데 힘을 내자는 뜻이었으면 좋겠다. 그럴 때 한국 국민도 미력이나마 기꺼이 거들려 할 것이다. 엉뚱한 데다 힘을 쏟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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