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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크레인 내려오면 조남호 청문회 열겠다”

중앙일보 2011.07.30 00:46 종합 2면 지면보기



이주영 한나라 정책위의장 밝혀
민주당 “조건없는 청문회 수용을”
여권 “제2 YH사건 번질라” 긴장



이주영 정책위의장



한나라당이 29일 민주당이 요구해온 ‘조남호 청문회’를 조건부로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이미 한 차례 했지만 민주당의 재청문회 개최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출석시켜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김진숙 지도위원 등 5명의 불법 고공 농성자의 퇴거를 위해 적극 노력해서 관철시키는 것이 조건”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수주를 이유로 해외에 나가 있는 조 회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앞장 서 고발하겠다”는 말도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개최했으나 조 회장이 출석하지 않아 청문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그간 ‘개별 기업의 노사분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해 왔다. 여기에서 한 발 물러선 까닭은 여권 내부에서 고조되고 있는 위기론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진숙씨 사태를 방치하다간 ‘제2의 YH노조 김경숙 사건’으로 비화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1979년 8월 11일 경찰이 신민당사에서 농성 중이던 YH노조원들을 진압하다가 노조원 김경숙(당시 21세)씨가 추락해 사망한 뒤 부산·마산에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벌어진 적이 있다.



 이번 사태가 당시 사건처럼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해선 안 된다는 게 여권 지도부의 생각이다. 청와대는 희망버스로 인한 충돌 사태는 우려하면서도 한진중공업 문제에 대해선 ‘점잖은 무시(benign neglect)’ 전략으로 가겠단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움직이면 정치 쟁점화돼 오히려 사태 해결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2009년 쌍용차 노사 갈등 때도 직접 개입은 자제했었다.



 대신 한나라당이 ‘여의도 정치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나선 형국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조건 없이’ 조남호 회장 청문회를 수용하라”며 한나라당의 제안을 거절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홍영표 의원 등 많은 의원이 김진숙씨에게 크레인에서 내려올 것을 수차례 권고했지만 김씨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입장을 밝혔다. 김진표 원내대표도 “청문회를 열어 조 회장을 출석시켜 원천적인 해법을 찾으면, (김씨는) 내려오지 말라고 해도 내려올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내려오라고 하면 (김씨가) 내려오겠느냐”고 반박했다. 손학규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진심으로 문제 해결 의지가 있다면 해외에 떠돌고 있는 조 회장을 청문회장으로 데려오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제3차 희망버스에 타지 않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손 대표 측은 “희망버스가 부산으로 향하는 주말 내내 손 대표는 수해현장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효식·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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