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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택시기사 “아메리카 베리베리굿”

중앙일보 2011.07.30 00:16 종합 12면 지면보기



호메이니 혁명 32년 … 이승호 기자 ‘신정 국가’ 이란을 가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슬람 계율이 제1원칙으로 자리한 이란에선 많은 제약 속에서도 여성들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사진은 21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벌어진 제15회 국제 전통 연극 축제에 참가한 이란 여배우들. [테헤란 신화=뉴시스]





#지난 23일 저녁 이란 수도 테헤란 북부 타지리쉬 광장. 테헤란에서도 부유층이 산다는 이곳엔 청바지를 입고 머리칼을 염색해 멋을 낸 젊은 여성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슬람 전통 의상인 히잡(머리에 두르는 스카프)을 두르기는 했지만 저마다 개성을 살린 차림새였다. 짙은 화장을 하고 머리를 땋은 채 작은 크기의 스카프를 형식적으로 머리에 쓰고 있는 여성이 많았다. 거리 곳곳엔 가발 가게가 성황을 이뤘다. 복장 단속을 위해 곳곳에 풍기단속 경찰이 배치돼 있다는 일부 외신 보도를 무색하게 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란에서 미용산업은 호황을 누리는 산업 중 하나”라며 “여성들이 외모에 들이는 돈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테헤란 국립대학에서 열린 대형 금요예배. 체육관을 가득 채운 시민들은 설교자인 물라 하타미의 지휘에 따라 구호를 외쳤다. 이곳을 방문한 기자들에게 나눠준 통역기에는 “미국 물러나라”라는 말이 영어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21일 저녁에 만난 택시기사 아메드는 “코리아 굿, 재팬 굿, 아메리카 베리베리베리 굿”이라고 말했다. 테헤란 북부 다반 거리의 회사원 아미르(30)는 23일 나이키 옷을 입은 채 “옷은 옷, 정치는 정치”라고 말했다.



 국가명에 ‘이슬람’이 들어갈 정도로 무슬림(이슬람교도)의 율법이 지켜지는 신정(神政)의 나라 이란. 반미의 선봉에 선 이 나라에선 하지만 ‘남녀 유별’의 원칙도, 미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증오도 보이지 않았다. 연인들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많은 남편들은 어린 아이들을 품에 안고 쇼핑을 나온 부인의 옆을 지켰다. 이런 분위기엔 이란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린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여성들의 경제활동과 교육권을 인정했다. 역시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우면서 여성들의 사회활동은커녕 외출과 운전조차 금한 사우디아라비아와는 달랐다. 이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65%(2009년)로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역설적이지만 혁명 후 미국의 견제가 시작되며 경제가 어려워지자 더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결혼한 지 7년이 됐다는 라한 칼레히 루드(36)는 “많은 가정에서 부인의 경제적 기여는 절대적이다. 남편들이 가정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한 해 동안 200여 개의 신문·출판사가 폐간되는 곳이기도 하다. 60여 개의 라디오 채널이 존재하지만 송출은 정부 산하의 중앙 전송소에서 이뤄진다. 사실상의 검열체제다. 사복경찰들은 곳곳에서 시민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강조하는 보수파 성직자들은 여성들의 사회활동에 대해 못마땅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엔 남녀공학 대학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컴퓨터 엔지니어 레자(34)는 “사회 전체엔 자유가 없다. 연말에 캐나다로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파한에서 만난 한 이란인은 “정부가 e-메일을 일일이 감시한다. 친구도 믿을 수 없는 곳이 여기”라고 말했다.











 이런 모순적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관건은 경제다. 이란정부는 그동안 석유 수출 수입으로 국민에게 생필품 보조금을 지급하며 불만을 잠재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철폐한 뒤 물가는 4~7배가량 뛰어 올랐다. 택시기사 하산은 “지난해만 해도 기름 10L에 1달러 정도였지만 이젠 이 정도 돈으로는 4분의 1도 못 채운다”고 한숨을 지었다. 테헤란 외곽에 자리한 호메이니의 영묘엔 많은 시민이 그의 구원을 얻기 위해 자리해 있었다. 하지만 현지 관계자는 “이곳에 있는 상당수의 사람은 잘 곳을 찾아 온 노숙자들”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란의 실질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이승호 기자



“북한과 군사 교류 절대 없다”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교부 대변인




“북한과의 군사 교류는 절대 없다.”











 라민 메흐만파라스트(사진)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이란·북한 간 핵개발 협력 의혹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등이 제기 하고 있는 핵무기 개발 주장에 대해선 에너지·의료 등 평화적 목적으로 핵을 개발하고 있으며 모두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엄정한 관리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핵개발 과정에서 북한과 연관성은.



 “ 냉전 시기엔 북한과 관계가 긴밀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이는 미국 등 서방의 공작이다.”



 -중동 민주화에 대한 이란의 입장은.



 “민주주의를 열망한 중동 국민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을 열렬히 지지한다. 30여 년 전 이란에선 이미 민주화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지금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을 만들었다. 전문가들은 중동의 민주화 바람이 이란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경제제재에 한국이 동참한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제제재로 이란 국민은 고통스럽지만 이를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 우리는 세계 4위의 산유국이고 2위의 가스 생산국이다. 한국이 이란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주기 바란다. 거리에서 한국인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란인들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이란과 한국은 같은 아시아 국가로서 협력할 부분이 많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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