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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뻣뻣한 진보 딱딱한 보수여, 새는 몸통과 양 날개로 나는 것을 …

중앙일보 2011.07.30 00:16 종합 20면 지면보기



중도 성향 김진석 교수의 쓴소리
박노자·조국·우석훈 실명 비판



사회 균형을 호소할 때 흔히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들 말한다. 판화가 이철수는 여기서 더 나아갔다. “새는 좌우의 날개가 아니라 온 몸으로 난다. 모든 생명은 저마다 온전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사회를 보는 철학자 김진석 인하대 교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양 날개만 말하는 관점은 공허하다”며 “몸통없는 날개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묻는다. [판화가 이철수 제공]













우충좌돌-중도의 재발견

김진석 지음, 개마고원

351쪽, 1만5000원




7월 말 현재 서점가의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는 좌파 쪽이 초강세다.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책의 롱런과 함께 스타급 좌파 저자들의 맹활약 때문인데, 자칫 균형을 잃은 우리 지식생태계를 보는 기분이다.



이게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교보문고·예스24에서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재인의 『운명』(가교)이 부동의 1위이다. 『성공과 좌절』(학고재), 『운명이다』(돌베개) 등 노무현 회고록·자서전과, 『김대중 자서전 세트』(삼인)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자칭 강남좌파라는 서울법대 교수 조국의 책은 세 권이다. 그가 쓴 『진보집권플랜』(오마이북),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21세기북스)에 더해 제3자가 쓴 『조국 현상을 말한다』(김용민, 미래를소유한사람들)까지 삼각편대를 이뤘다. 좌파 책 홍수는 “서적 유통기간은 야쿠르트만큼이나 짧다”는 속설도 가볍게 건너뛴다. 그들의 이론적 대부 리영희의 6년 전 대담집 『대화』(한길사)의 인기도 여전하며, 프랑스 좌파의 『분노하라』(스테판 에셀 지음, 돌베개)가 측면 지원에 나선 모양새다.



 이 와중에 등장한 『우충좌돌』은 외양상 엄정 중립이다. 좌충우돌이란 단어를 패러디한 제목대로 좌우를 함께 치겠다는 선언인데, 뜻밖에도 내용은 진보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다. 일테면 진보라는 화려한 매력을 뽐내온 한국학 연구자 박노자, 『88만원 세대』(레디앙)의 스타 저술가 우석훈 등이 표적이다. 그들은 도덕의 설교를 늘어놓거나 관념적 진보에 머물기 십상인데 때론 “주먹구구식 저주와 협박을 예측의 형식으로 내놓곤 한다”(256쪽).



 “아파트 값이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일부는 0원이 된다”고 주장한 우석훈이 대표적이다. 그는 “IMF급 부동산발(發) 경제 재앙”을 경고하며 올해 7월 이후로 타이밍까지 못 박았으나 그런 징후는 지금 없다. 『우충좌돌』은 반값 등록금·비정규직 문제에서 복지논쟁·안보에 이르는 사회 현안 모두를 점검하면서 좌파의 허점을 비판한다. 일테면 비정규직 문제.



 비정규직이 풀타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된다면야 최선이겠지만, 그런 완벽 해법이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그런 명분에 매달린 채 억지를 부리는 건 진보진영의 위선을 노출할 뿐이다. 무상급식·반값 등록금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에 찬성한다고 진보일까? 또 복지가 진보의 전유물일까? ‘미친 등록금’에 대한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미친 대학진학률’에 대한 해법이 순서다.



 저자의 좌파 비판은 조국에 대한 쓴소리로 이어진다. 조국은 “나는 남북문제에서는 군축·평화공존·평화통일을 지향한다”며 입바른 말을 하지만, 그걸 뒷받침하려면 대북 억지력 구축에 눈 돌리는 게 순서다. 즉 “진보가 곧 정의 구현의 길”이라는 주장은 괜한 객기일 수 있다.



 저자 김진석(54)은 인하대 철학과 교수. 그는 『초월에서 포월로』 『니체에서 세르까지』 등 철학책을 주로 펴냈고, 계간 ‘사회비평’ 주간을 지냈다. 분류하자면 범 리버럴 쪽인 그가 우파로 개종한 것일까? 그건 아니다. 그는 여전히 진보 친화적이며, 이 책도 진보에 대한 ‘비판적 지지’로 보면 된다. 단 “나는 (진보가 독점해온) 진리와 인간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대한 (공허한) 믿음을 내 삶에서 많이 덜어냈다”(348쪽)고 표현한 것이 힌트다. 즉 진보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됐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는 말한다.



 “보수가 힘이 너무 강할 때, 새는 양 날개로 난다는 말이 사람들 입에서 바삐 오르내렸다. … 그러나 벌써 오래전부터 보수와 진보의 경직된 진영논리가 뻗대는 상황이다. 나는 말하고 싶다. 새는 몸통과 양 날개로 난다.”(머리말)



 몸통이란 중도적 균형이다. 집단사고에 휘둘리지 않는 개인들의 삶이 우선이다. 때문에 중도란 산술적인 중간이 아니며, 힘이 센 보수·진보에 묻어가는 하위 파트너일 수도 없다. 이런 시각을 가진 저자의 눈에 강남좌파를 포함해 민주당의 진보 눈치 보기란 “모호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종종 기회주의에 가깝다.” 이렇듯 시시비비에 충실한『우충좌돌』은 유독 리버럴 강박증이 심한 한국적 상황에서는 양쪽에서 돌 맞기 좋다. 특히 진보진영이 발끈할 것이다.



 그럼 물어보자. 이 책이 한국사회의 최대 맹점인 눈먼 분노의 좌파정서를 치유해줄 것인가? 지식 생태계에 다양성과 함께 새로운 균형을 잡아줄 것인가? 금세 고개가 끄덕여지진 않는다. 이 책 담론의 깊이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책 한 두 권의 출현으로 한국사회가 변화할 것 같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용기있는 저작 『우충좌돌』이 반갑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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