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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7광구

중앙일보 2011.07.30 00:09 종합 31면 지면보기








“나의 꿈이 출렁이는 바다 깊은 곳/흑진주 빛을 잃고 숨어 있는 곳/제7광구 검은 진주/새털구름 하늘 높이 둥실 떠가듯/온 누리의 작은 꿈이 너를 찾는다/제7광구 검은 진주…”(정난이, ‘제7광구’). 8월 초 개봉하는 한국 최초의 3D 블록버스터 ‘7광구’의 제목은 ‘제7광구’에서 왔다. 제7광구는 제주도 남단 한·일 대륙붕 공동개발구역이다. 1970년대 가난하던 대한민국을 온통 산유부국의 꿈으로 달아오르게 했던 장본인이다.



 전말은 이렇다. 76년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부근 내륙에서 양질의 원유가 나왔고, 제7광구엔 석유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발표했다. 제7광구의 석유매장량은 50억∼60억 배럴로 추정됐다. ‘기름 없는 설움’을 겪던 국민들로선 까무러칠 만도 했다. 이미 73년 1차 오일쇼크로 학생들은 조기방학을 하고 밤에는 네온사인과 외등을 꺼야 했다. 신문들은 “천지개벽한 것 같다” “석유 원년(元年)”이라며 연일 떠들었다. 이은하의 ‘아리송해’를 만든 이승대 작사·작곡으로 79년 발표된 ‘제7광구’는 끝도 없이 방송 전파를 탔다.



 하지만 정밀 탐사 없이 발표된 영일만 석유 건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3곳에서 석유와 가스가 나왔다던 ‘제2의 페르시아만’ 제7광구도 일본이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고 손을 든 후 흐지부지됐다. 이런 연유로 제7광구라는 이름은 개발도상국 시절을 살아온 세대에겐 아픈 기억이다. 그런데 석유가 펑펑 나와도 못사는 나라가 있다는 걸 알면 좀 위로가 될까. ‘오일 머니’가 넘쳐나도 정부가 관리를 못 해 특권층만 잘살고 국민은 빈곤에 허덕인다. 소위 ‘석유의 저주(oil curse)’다.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산유국인 나이지리아나 베네수엘라가 대표적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를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불렀던 이유다.



 제7광구를 기억하는 세대라면 ‘저주’를 받아도 좋으니 한번 석유가 콸콸 솟아나는 땅에 살아봤으면 싶을 거다. 영화 ‘7광구’에서 주인공 해준(하지원)은 아버지의 꿈을 이으려 시추작업에 참여한다. 그는 실망하는 동료들에게 말한다. “파는 대로 나오면 그게 석유냐, 식용유지.” 하나 드릴 파이프로 아무리 뚫어도 ‘검은 진주’는 쏟아지지 않는다. 대신 괴물이 인간을 습격한다. ‘산유국 판타지’가 판타지영화에서조차 허락되지 않는 것이다. 산유국의 축복을 누리기란 그만큼 지난하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까.



기선민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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