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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미 회담 감상법

중앙일보 2011.07.30 00:09 종합 31면 지면보기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副相)이 뉴욕에서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회담했다. 이 회담은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동의한 6자회담 3단계 재개 방안의 두 번째 단계다. 1단계는 지난주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 간 회담이었으며 3단계는 6자회담 재개가 될 전망이다.



 그러면 뉴욕 회담이 6자회담 재개로 이어질 것인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뉴욕 회담에 대해 “탐색적인” 회동이라고 평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지 않지만 북한이 단지 회담장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 보상할 생각은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클린턴 장관은 회담의 목적에 대해 특히 “북한이 국제적 의무와 6자회담에서의 약속을 지킬 생각이 있는지, 또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非核化)를 위한 진전된 조치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가 함께 비핵화를 위한 동시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 2012년 완전한 핵보유국이 되겠다는 선언, 두 차례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활동(UEP)의 공개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자신의 비핵화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있음을 믿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바마 미 대통령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미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존 케리 상원의원이 최근 “북한의 무책임한 행동을 생각할 때 외교적 무시 정책을 고수할 경우 상황이 악화될 위험성이 있다”고 말한 것은 미 정부의 생각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김-보즈워스 회담에서 북한이 2005년 6자회담에서 발표된 비핵화를 위한 9·19 공동성명을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다. 이 경우 6자회담은 신속히 재개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작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북한이 9·19 공동성명 이후 제기해온, 북·미 동시 비핵화 요구와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되돌려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북한이 말로는 동의한다고 해도 마지막 6자회담 이후 저지른 북한의 핵실험이나 UEP 공개와 같은 문제를 재개될 6자회담에서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조정하는 문제도 큰일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도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전례는 있다. 북한이 뉴욕 회담에 불만을 표시하고 미국의 소위 “적대정책”을 빌미 삼아 추가 도발에 나서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대화에 나서도록 북한에 압력을 가한 경우라면 미국에 회담 결렬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구실을 만들려 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뉴욕 회담에서 미국이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어떤 양보도 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을 경우도 유사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나름의 이유 때문에 이번 회담에 나섰으며 미국의 입장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작다.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극적인 상황도 없고 결론도 없는 지루한 회담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회담에 나선 이유에 가장 부합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아무런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에 약하다는 국내 비판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식량지원을 받을 수 있고 단기적으로 중국에 대해 면피도 가능하기 때문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처럼 ‘전략적 인내’에서 ‘저강도 개입’으로 대북정책을 전환하는 것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북한은 결국 받아낼 수 있는 지원을 모두 받았다고 판단될 때 다음 단계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고 북한에선 김일성 출생 100주년이 되는 2012년이 그 시기가 될 것이다.



 물론 북한과 대화를 낙관적으로 전망할 이유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미국으로서 집중해야 할 일은 미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으며 대화가 계속 이어지면 새로운 양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북한이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와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 이후 취한 억제조치 등 대북정책의 다른 요소들 역시 대화가 재개됐다고 해서 무시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마이클 그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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