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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까지 12개 학교 목표 … 맞벌이·저소득층 가정 혜택

중앙일보 2011.07.26 03:03 1면 지면보기
최근 아산시는 2014년까지 ‘준비물 없는 학교’ 사업을 12개 초등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업은 가정에서 학부모가 자녀들의 준비물을 따로 구입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모든 준비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아산시는 올해 상대적으로 맞벌이 또는 저소득 가정이 많은 학교 중 온양신정초와 온양초 2개 학교를 선정해 각각 45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아산시의 지원으로 학습준비물실을 갖게 된 이들 학교 학생들은 연필과 공책을 제외한 모든 학습준비물을 따로 구입하지 않는다.


아산시 ‘준비물 없는 학교’ 확대키로







온양신정초 학부모 16명은 하루 4명씩 오전·오후 돌아가면서 학교에 나와 아이들에게 학습준비물을 나눠주고 거두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영회 기자]





 

학교·학부모·아이들 모두 만족



20일 온양신정초를 찾았다. 강선미 담당교사의 안내를 따라 학습준비물실을 살펴보았다. 일반 교실보다 약간 작아 보이는 공간에 갖가지 학습준비물이 정리돼 있었다. 강 교사에 따르면 학습준비물실에 구비한 학용품은 모두 270여종에 이른다. 개인적으로 쓰는 필기도구와 위생상 돌려 쓸 수 없는 ‘입으로 부는 악기’를 제외하고는 신정초 전교생이 이곳에서 모든 학습준비물을 해결한다.



 아이들이 수업에 필요한 학습준비물 품목과 수량이 적힌 신청서를 가지고 준비물실을 찾아오면 학부모 자원봉사자들이 달라는 학습준비물을 내주고 다시 되받는 일을 맡아 하고 있다. 신정초는 모두 16명의 학부모 지원봉사자들이 오전·오후 2시간씩 2명이 돌아가며 학생들에게 준비물을 챙겨주는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시행 5개월째를 맞고 있는 준비물 없는 학교 사업은 학부모, 학생, 학교 모두의 만족도가 높다. 학부모들의 반응이 가장 좋다. 맞벌이나 저소득 가정의 경우 ‘아이들 준비물 챙기기’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신정초 학부모들은 이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학습준비물실 학부모 자원봉사자인 이주이(39·여)씨는 “과거 같으면 2학년, 4학년 두 아이의 준비물 챙기느라 아침마다 분주했을 텐데 ‘준비물 없는 학교’ 덕에 요즘은 여유롭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아이들로서도 대만족이다. 준비물 깜빡 있고 와서 선생님께 혼나는 일도 없고, 누구 물감(준비물)이 더 좋은 것인지 서로 경쟁하지 않으니 좋다.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효과는 고가의 학습준비물을 여럿이 돌려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신정초 아이들은 내가 한번 쓴 준비물을 다른 친구가 또 쓰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 절약습관이 몸에 밴다. 학교 역시 모든 학생들이 필요한 준비물을 갖고 수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학습 집중도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아



아산시는 올해 2개 시범학교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4개 학교를 추가로 지정, 준비물 없는 학교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확대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아산시는 맞벌이나 저소득 가정이 많은 학교부터 순서대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상학교 중 상당수가 여유 교실을 갖고 있지 않아 학습준비물실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 맞벌이나 저소득 가정이 많은 학교를 선택하다 보니 학부모 자원봉사자를 구하는 일이 쉽지 않다. 신정초의 경우 최소 20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하지만 16명의 자원봉사자에 불과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상주인력을 두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원 대상 학교가 늘어날수록 예산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대상학교의 참여의지도 문제다.



올해 시범학교 선정 당시에도 참여하겠다는 학교가 예상외로 많지 않아 시 담당 공무원이 애를 먹었다. 일선 교사들의 업무량이 늘고 학습준비물실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산시는 예산부담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현경 아산시 교육지원팀장은 “올해 선정된 시범학교의 경우 학습준비물실을 만드는데 예산이 많이 들었다. 또 교사들이 학습준비물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고가의 교수학습제작기를 구매하느라 돈을 많이 썼다. 그러나 내년에는 학생들의 준비물 구입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4개 학교를 추가로 지정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학교와 학부모 자원봉사자의 참여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시범학교 학부모 봉사자들과 자녀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어서 점차 참여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학습준비물실을 갖출 공간이 없는 학교는 학급에 학습준비물 사물함을 갖추도록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초 학습준비물실 학부모 자원봉사자 임윤숙씨(36)씨는 “준비물 없는 학교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 아산시 담당공무원도 수시로 나와 담당 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의 불만과 애로 사항을 듣고 있다. 혜택을 보는 학교가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충남도교육청은 1년에 1인당 2만원씩 학습지원금을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 지원하고 있으며, 여기에 충남도와 기초단체 예산으로 1만원을 더해주고 있다. 최근 충남도는 이 지원예산을 좀 더 확대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모든 학습준비물을 무상으로 공급해주는 ‘준비물 없는 학교’ 사업을 벌이는 기초단체는 충남에서 아산이 유일하다. 



사진=장찬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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