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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2000원에 삼겹살 맘껏 안주 사들고 와 맥주 실컷

중앙일보 2011.07.26 00:18 6면 지면보기
지역 음식값이 비싸다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조금만 방심하면 얇은 지갑에 큰 타격을 입는다. 이런 가운데 즐거운 소식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고 외식, 회식을 할 수 있는 가게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가계 부담 덜어주는 가게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1만2000원에 삼겹살과 닭볶음탕, 골뱅이 무침 등을 무한정 제공하는 무제한12000의 메인 메뉴.







닭볶음탕·골뱅이무침도 공짜 제공



삼겹살 1인분 1만1000원, 칼국수 한그릇 6000원. 고물가 시대에 음식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백반도 5000원짜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밖에 나가 지갑열기가 무섭다. ‘한 것도 없고 산 것도 없는데…’10만원이 뚝딱 없어진다. 아이들 데리고 외식한번 하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나가서 아이들 배부르게 한번 먹여 보고 싶다.” 1960-70년대 얘기하는 것 같다. 이런 어려움을 달래주는 해결사들이 천안에 떴다. 음식값 부담을 덜고 만족도를 높여준다.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의 ‘무제한 12000’. 이름 그대로다. 1인당 1만2000원을 받고 음식을 원없이 제공한다. 삼겹살, 닭볶음탕, 골뱅이무침이 무제한이다. 초등학생은 8000원만 받는다. 물가가 오르면 간판을 어떻게 할지 살짝 고민도 든다.



 가격 뿐만 아니라 음식에도 신경을 쓴다.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없애기 위해 소스를 직접 개발했다. 배와 키위, 파인애플 등으로 만든 소스에 삼겹살을 담궜다 구우면 잡냄새가 사라진다.



 점심에는 5000원만 내면 먹을 수 있는 한식뷔페도 있다. 10여 가지 반찬에 맛도 좋다. 전과 생선, 각종 나물이 있고, 고기도 나온다. 입맛이 없으면 밥위에 각종 나물을 얹고, 참기름과 고추장을 살짝 덮어 비벼주면 식욕을 돋워주는 훌륭한 비빔밥이 탄생한다. 열무김치와 호박, 가지 등을 넣으면 금상첨화다.



 신홍영 사장은 “사실 점심 5000원은 거의 남지 않는다”며 “가게 홍보차원에서 만들어 놓은 메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음식값을 내릴 수 있는 건 신 사장만의 노하우 덕분이다. 농사를 직접 지어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값을 확 줄였다. 식당에서 멀지 않은 아산시 배방읍에 밭을 일궈 상추와 고추, 파, 깻잎, 가지 등을 수확한다. 오이와 호박, 옥수수, 치커리, 참외와 토마토 등 음식 재료로 쓰이는 농작물이 대부분이다. 병이 쉽게 드는 고추에는 약을 약간 뿌리지만, 나머지 농작물은 대부분 유기농으로 키운단다. 게다가 아침에 직접 따와 채소의 신선도가 높다고 자랑한다.



 신 사장은 “삼겹살과 닭볶음탕의 닭, 골뱅이 무침의 재료가 모두 국내산”이라며 “채소값이 고깃값보다 비쌀때도 많다. 신선한 채소 공급을 위해 매일 밭에 나간다”고 자랑했다. “채소를 다 사서 음식을 제공한다면 몇 천원은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방앗간에서 참기름과 들기름, 고추를 직접 빻아 식재료로 쓴다”며 음식에 대한 정성도 홍보한다. “요즘은 구제역 등으로 고깃값이 많이 올라있는 상태”라며 “홍보하는 셈 치고 장사를 시작했고, 얼마 후 고깃값이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속내를 털어 놓기도 했다.



 자신의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것도 음식값을 좀더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이다. 손님 이민희(44·여)씨는 “처음 와봤는데 먹을 것이 푸짐하다”며 “남자들보다 아줌마들이 오히려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주부 모임이 있는데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해야겠다”고 좋아했다.



식당을 새롭게 열면서 신씨는 ‘농부’와 ‘식당 사장’이란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는 고단한 하루를 보낸다.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고, 밤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온다. 몸은 피곤하지만 낮아진 음식값 덕분에 늘어나는 손님을 보면 가슴이 뿌듯하다.









안주를 밖에서도 사다먹을 수도 있는 ‘세계맥주’의 내부 모습. [조영회 기자]







‘세계맥주’ 치킨·족발 안주 배달시켜



‘무제한12000’ 인근에 희한한(?) 맥줏집도 생겼다. ‘세계맥주’를 싸게 판다. 안주도 1만원 넘는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사실 이 정도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판매전략’이다.



이 집만의 특별한 노하우는 따로 있다. 저녁 늦은 시간 이 가게를 찾으면 이 집의 노하우를 쉽게 알 수 있다. 메뉴판에 없는 프랜차이즈 치킨, 족발 등 배달시켜 먹는 음식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메뉴판에 이 노하우를 적어 놨다. 안주를 시켜먹든 편의점에서 사서 먹든 상관하지 않는단다. 국산 맥주 2500원부터 세계맥주가 즐비하다. 각 나라 맥주는 다른 맥주집보다 20%정도까지 싸게 판매한다.



안주는 최근 ‘먹태’를 1만5000원에 들여온 것 빼고 대부분 1만원 이하. 소시지와 육포 과일이 각각 8000원이다. 안주는 주문하지만 맥주는 직접 가져다 먹기 때문에 일손이 크게 필요치 않다. 직원 한명과 사장이 직접 나서니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다.



이들 가게 덕분에 천안 불당동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주당’들은 대만족이다.











‘세계맥주’ 이모범 사장은 “다른 지역에 놀러 갔다 안주를 시켜먹는 호프집을 보고 벤치마킹한 것이다”라 며 “다른 가게보다 많이 싸게 팔고 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마진을 남긴다”고 말했다. “불당동에 가게를 연 이후 두정동과 쌍용동에도 속속 같은 형태의 가게가 생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는 30~40대 직장인이 주를 이룬다. 요즘엔 과자 한봉지 사들고 와서 맥주 한 두 병씩 마시고 가는 인근 아파트 단지의 주부들이 단골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 사장은 “안주를 사들고 오는 게 밉지 않냐고 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으면 이런 가게를 내지도 않았다”며 “가격이 싸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경영하는 입장에서는 큰 돈은 못 벌어도 내실있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근 백석동에는 가격을 대폭 내린 한우집이 인기를 끈다. ‘한근두근’이란 정겨운 이름의 고깃집이다.



안심 2인분(500g)이 2만8500원, 등심 2인분(500g) 4만5000원이다. 가격에 맞지 않게 ‘국내산 한우’란다. 국내산 삼겹살도 2인분에 1만3500원, 목살 2인분 1만2500원이다. 상차림 비용 1인당 3000원이 부담이라면 부담. 어린이는 상차림비용을 받지 않는다. 소주, 맥주 2500원. ‘셀프’로 일반 가격보다 500원 내렸다.



그런데 간판에 ‘색다른’ 내용이 적혀있다. 술이나 음료 등을 갖고 와도 괜찮다는 것이다. ‘양심적으로’ 고기나 생선류는 반입을 제외해달란다. 맛집을 즐겨찾는 임모씨(35)는 “이런 가게들이 넉넉한 인심을 만들고 물가를 내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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