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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범, 탄저균 살포도 구상

중앙일보 2011.07.26 00:10 종합 4면 지면보기



브레이빅 “유럽 반역자 처단” 주장



86명이 총격 테러로 숨진 노르웨이 우퇴야 섬 건너편에서 25일(현지시간) 한 소녀가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을 켜고 있다. [우퇴야 AP=연합뉴스]











브룬틀란 전 총리



노르웨이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이 25일 법원 심리에서 “내가 소속된 단체에 두 개의 하부 조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범이 존재할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노르웨이 경찰은 전날 그가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술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사건 당일인 22일 브레이빅의 집에 머물고 있던 7명을 체포했다가 다음 날 모두 풀어줬다. 혐의점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브레이빅은 테러 수시간 전 1500쪽에 이르는 ‘2083:유럽 독립 선언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시사토론 웹사이트(www.freak.no)에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2002년 4월 영국 런던에서 ‘템플 기사단’을 재건하기 위한 모임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템플 기사단은 십자군전쟁 때인 1118년 기독교 성지 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조직이다. 브레이빅은 이 모임에 영국·프랑스·폴란드 등 8개국에서 9명이 참가했다고 기록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그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조사 중이다.



 그는 구속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의 심리를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시민들의 공격이나 경찰 수사 내용의 유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그를 후문으로 입장시켜 언론 접촉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정식 재판 때까지 그의 모습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판사는 그를 독방에 구금시켰다. 가족과 변호인 이외의 면회도 차단했다. 법원의 심리는 35분 동안 진행됐다.











 네덜란드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25일 브레이빅은 ‘유럽의 반역자’들을 처단할 탄저균의 분량을 계산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빅은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서 A급과 B급 반역자들을 죽이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탄저균이 필요한지를 계산했다” 고 적었다.



 브레이빅은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임무(연쇄 테러)를 실행하기 1주 전 두 명의 고급 성매매 여성을 고용하고 고급 프랑스 와인을 마시기 위해 2000유로(약 300만원)를 모았다”며 “임무를 앞두고 긴장을 풀기 위해 잠자리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퇴야 섬에서 덤덤탄(dumdum bullet)이란 특수 총알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희생자를 내기 위해 인체 내부에 큰 손상을 입힐 수 있도록 고안된 덤덤탄을 사용했다. 덤덤탄은 다른 총알보다 무게가 가볍고 명중률이 높기 때문에 주로 동물을 사냥할 때 쓴다. 이 총알은 몸에 맞으면 인체 내에서 탄체가 쪼개지면서 납 알갱이가 퍼지는 게 특징이다. 총격 테러 희생자들을 치료하는 노르웨이 링그리켓 병원 콜린 풀레 박사는 “환자 16명의 몸에서 온전한 모양의 총알은 발견할 수 없었다”며 “특수 제작된 총알을 사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출신 후세인 카제미(19)는 덤덤탄 4발을 맞고도 살아남았다. 총격 테러로 숨진 희생자 중에는 메테마리트 왕세자비의 이복 오빠 트론드 베른첸도 포함되어 있었다.









빨간 옷 입고 법정 출두한 테러범 브레이빅




 브레이빅이 예쁜 여자아이부터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생존자의 증언을 인용해 “우퇴야 섬에 도착한 브레이빅은 사람들을 불러모은 뒤 가장 예쁜 여자부터 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빅은 사건 전 자신의 일기장에 “친구들 모두 여자친구가 있는데 나만 없다”는 불평을 적어놨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레이빅은 노르웨이 경찰 조사에서 “그로 할렘 브룬틀란(72) 전 총리를 사살하려 했다”고 진술했다고 노르웨이 신문 아프텐포스텐이 보도했다. 그는 “브룬틀란 전 총리가 22일 우퇴야 섬을 방문하는 줄 알고 있었으나 이미 21일 청소년 캠프에서 연설을 마치고 떠난 뒤였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어머니’로 불리는 브룬틀란 전 총리는 노르웨이 노동당 대표 출신으로 1981년과 86~96년에 총리를 세 차례 역임한 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지냈다.



 노르웨이 경찰은 이번 테러가 브레이빅의 단독 범행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으나 우퇴야 섬에서 브레이빅 이외에 또 한 명의 저격수가 있었다는 목격자 증언이 나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이상언 특파원,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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