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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낭독의 기술’이 아이 발표력 키운다

중앙일보 2011.07.25 00:46



몸짓 섞어 책 읽어준 뒤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세요







책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책을 읽으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거나,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 재미를 붙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신감도 갖게 된다.



스스로 한글 깨우치고 발표력 향상



18일 오후 박은수(39·서울시 도화동)씨의 집거실. 박씨가 아들 정동희(서울 마포초 5)군과 딸 정재윤(서울 마포초 2)양에게 책을 읽어주느라 열심이다. “털보 선생님은 학급 아이들에게는 ‘그래, 고맙다. 오광명을 조심하마’라고 말하고는 오광명을 불러 ‘오늘부터 선생님이 말썽쟁이 광명이랑 친구해야겠다. 괜찮지?’라고 말하며 덥석 끌어안는다.” 박씨는 목소리를 굵고 낮게 해 남자교사의 음성을 실감나게 표현하고, 아이들을 실제로 끌어안는 흉내를 내며 책을 읽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며 집중했다.



박씨는 동희가 5살 무렵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매년 읽은 책이 평균 1500권이 넘었다. 하루 평균 7~8권을 읽은 셈이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어주는 박씨 만의 요령도 생겼다. ‘최대한 실감나게, 강·약을 조절해서, 행동도 섞어가며’ 읽기다. 특히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행동으로 설명한다. ‘안돼요’라는 말을 할 때는 손으로 ‘X’자를 그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다’는 말을 할 때는 고개를 한쪽으로 약간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박씨는 “말로 설명할 때보다 아이들이 훨씬 쉽게 이해한다”고 말했다.



2살 때부터 귀동냥으로 들은 재윤이에게도 낭독의 효과는 나타났다. 따로 가르친 적이 없는데, 네 돌이 지나자마자 혼자 한글을 깨쳤다. “동희도 학교에서 ‘영어동화구연대회’를 할 때 표현력이 좋기로 소문 났어요. 어려서부터 눈으로 보고 배운 게 있어서 그런지 부끄럼 없이 잘 표현하더라고요.” 두 아이 모두 발표력도 뛰어나다. 1학기 성적표에 동희는 ‘논리적이고 발표력이 우수하다’, 재윤이는 ‘학급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잘 내고, 발표를 조리 있게 잘한다’고 적혀있다. 박씨는 “발표력이 우수하다는 얘기는 매년 꼭 포함된다”고 귀띔했다.

 

아빠가 책 읽어주면 효과 2배



조현진(46·경기도 용인시)씨도 아들 흥기(두레자연고 3)군이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책을 읽어줬다. 쉬는 날이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조씨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엄마 보다 아빠가 책을 읽어줄 때 더 집중한다”고 말했다. 조씨는 아이가 학년이 높아질수록 책읽는 방법을 달리했다. 아이가 부담 없이 책을 읽기 시작한 초등학교 2~3학년 때는 책이 재미있어지기 직전까지만 읽어줬다. 아이가 흥미를 갖고 뒤를 이어 읽도록 유도한 것이다. “제가 그 부분까지 읽어주고 방의 조명을 끄고 나오면, 불이 켜지더군요.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나머지를 읽은 거죠.” 조씨와 아들과의 관계는 책을 매개로 더 끈끈해 졌다. 조씨는 지금까지도 아들과 책을 주제로 대화를 자주 나눈다. “얼마 전에도 아들이 읽은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어요. 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길래 설명해줬죠. 아직도 이런 대화를 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아빠가 책을 읽어줘 얻는 효과는 더 있다. 한우리독서토론교실 양윤선 선임연구원은 “어린 남학생들은 독서가 여성스러운 행동이라며 꺼리는 경우가 있다”며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이런 선입견을 버리고 책에 흥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삼국지·삼국유사와 같은 역사서들은 등장인물이 대부분 남자라 아빠가 읽어줘야 더 실감나고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아빠와의 유대감도 좋아지고, 남자와 여자의 역할모델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된다. 엄마만의 영역으로 생각하던 육아에 아빠가 참여하기 때문이다.



연령·책 종류에 따라 다른 방법 적용



책을 읽어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아이가 책을 읽게끔 유도하는 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학년 때까지 책을 읽어주면 아이 스스로 읽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독서교육 전문가 김영희씨는 “책에 흥미를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낭독’은 긍정적인 면이 크다”며 “그러나 독서는 기본적으로 혼자 읽고, 배우고, 깨닫는 활동이란 걸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확한 발음과 적당한 크기·빠르기로 읽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아이가 따라 배울 수 있다. 김씨는 “부모와 아이가 한쪽씩 번갈아 읽는 것을 녹음해, 말하는 습관을 고치는 기회로 삼아보라”고 조언했다.



책의 종류에 따라 읽는 방법도 달라야 한다. 양 연구원은 “창작동화의 경우 가족이 함께 책을 읽으며 등장인물을 바탕으로 역할놀이를 해보는 것도 좋다”며 “아이 스스로 책 속의 인물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래동화는 아이가 들으면서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책 속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재미있게 구연동화 하듯 읽어주면 효과적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책 속의 의성어·의태어를 찾아가며 읽거나 책 속에 빈칸을 만들어 단어나 문장을 생각해 보게 하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사진설명] “이제부터 친구해야겠다. 괜찮지?” 박은수씨가 정재윤양과 정동희군에게 책을 실감나게 읽어주고 있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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