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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전 “나는 가장 거대한 괴물될 것” … 범행 뒤 “잔혹하지만 필요했다”

중앙일보 2011.07.25 00:22 종합 4면 지면보기
아비규환의 테러 현장인 노르웨이 우퇴야 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끔찍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들은 “현장에서 테러범의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그가 큰 소리를 지르고 웃었다”며 “그는 한 명 한 명씩 무자비하게 죽였으며,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교하게 두 번씩 총알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이 전한 참사 순간

 AP·이타르타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빅(32)은 22일 오후 3시30분쯤(현지시간) 오슬로 정부청사 폭탄테러를 한 뒤 그곳에서 30㎞ 떨어진 우퇴야 섬으로 이동했다. 섬에는 집권 노동당 청소년 여름 캠프가 열리고 있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초·중·고·대학생들이었다. 테러범은 오후 4시50분쯤 경찰로 위장해 학생들을 불러모은 뒤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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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자 엘리사(15)는 “경찰관 차림의 젊은 남성이 건물로 들어왔고 갑자기 총성이 났다”며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 지르며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남성은 ‘아무 문제 없다, 걱정 말고 모두 가까이 오라’며 불러 모은 뒤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최대 노조인 자치구 일반 노조 조합장인 라세 크리스티안센은 “사고 당시 두 딸 모두 캠프 현장에 있었다”며 “둘 다 다른 장소에 있었는데 다행히 모두 무사하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크리스티안센은 두 딸에게서 들은 목격담을 대신 전했다. “큰딸(헬렌·21)은 수영을 잘하는 편이어서 총성을 듣자마자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뒤 물가로 달렸다. 테러범은 헬렌을 포함해 몇 명이 헤엄치는 모습을 보고 건물 밖으로 나와 물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건물 안에서 희생된 사람은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었다. 고학년 학생들은 대부분 헤엄쳐서 달아났다 .”



 또 다른 생존자 프라블린 카우르는 자신의 블로그에 급박했던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총소리에 놀라 죽은 척하며 쓰러진 사람들이 있었는데, 테러범은 진짜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쓰러진 사람들 머리에 다시 총을 쐈다. 내 몸 위로 2명이 쓰러졌고, 주변에는 다른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다수의 목격자들은 “테러범이 오슬로 폭탄 공격 때문에 행사 안전을 돕기 위해 배치됐다고 속였다” 고 증언했다.



우퇴야 섬 인근 주민들은 총기 테러 당시 소식을 전해 듣고 구조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퇴야 섬과 가까운 곳에 살던 캐스퍼 일로그(53)는 5.5m의 낚싯배를 띄웠다. 곧 현장에 도착한 그는 테러범을 피해 호수로 뛰어든 청소년들을 발견하고 배에 태웠다. 그는 세 번씩이나 우퇴야 섬을 왕복하며 모두 15명을 구조했다.



 이날 오슬로 시내에서 먼저 발생한 정부청사 인근 폭탄테러도 끔찍했다. BBC는 “정부청사 인근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17층 높이의 총리 집무실 유리창이 모두 깨졌 다”고 보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52) 총리는 이날 자택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서 화를 면했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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