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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남북전쟁 150주년 … 매나사스 전투 재연 현장 가다

중앙일보 2011.07.25 00:18 종합 12면 지면보기



“남북전쟁, 살아있는 역사 … 지금의 미국 만들어”



미국 버지니아주 매나사스에서 21일(현지시간) 열린 남북전쟁 재연 행사 도중 남군 복장을 한 사람들이 북군 측을 향해 공포탄을 쏘고 있다. 매나사스는 1861년 7월 21일 남북전쟁의 첫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다. [매나사스 로이터=뉴시스]













1861년 7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서남쪽으로 30여㎞ 떨어진 버지니아주 매나사스 언덕은 찌는 듯이 더웠다. 북군과 남군으로 나뉘어 내전이 시작된 지 3개월여 지난 이날 여기서 본격적인 첫 전투가 벌어졌다. 샌드위치와 와인, 파라솔과 오페라 안경을 든 구경꾼이 몰려들었다. 그들이 기대한 건 낭만적인 내전의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였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처참한 광경과 함께 62만 명을 앗아간 전쟁은 4년이나 지속됐다.



 정확히 150년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매나사스 전장은 폭염주의보 속에 다시 과거로 되돌아가 있었다. 남북전쟁 첫 대규모 전투 150주년을 기념해 전쟁 재연 등의 행사가 펼쳐졌다. 미 전역에서 몰려든 8700여 명의 미국인이 회색 복장의 남군과 남색 복장의 북군으로 나뉘어 온몸으로 남북전쟁을 체험했다. 이들은 남북전쟁의 아픈 상처를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들고 있었다.



 이들은 머스킷 장총을 어깨에 걸거나 옛 대포를 밀면서 2시간 동안 옛 전투장면을 하나씩 재연하며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총과 포에서는 공포탄이 발사됐다. 말 400필도 등장했다.



 오하이오주에서 온 청년 에릭 탱코는 두터운 구식 군복에 연방 땀을 흘리면서도 “현재 미국 모습을 탄생시킨 역사의 현장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남군이건 북군이건 상관없다”고 했다.



 60대 여성 캐린은 아들과 함께 왔다. 자신은 의료 지원, 아들은 소총수 역할을 맡았다. 그녀는 “아들과 함께 미국의 역사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20대 청년 앤드루 댄크마이어는 참가 이유를 “경험해볼 만한 모험”이라고 답했다.



 내전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전쟁 후 북군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과의 화해를 끝까지 거부했던 ‘남부연합 참전 군인의 자손’ 단체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는 회색 군복을 고집했다. 남북전쟁의 흔적을 따라 역사여행 중인 캐나다인 댄 매크러리는 “아직도 남북전쟁이 남긴 유산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뉴아메리카재단의 남북전쟁 전문가 마이클 린드는 “미국인들의 투표 성향을 분석해보면 현재까지도 대체적으로 남군 지역에서 공화당이, 북군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며 “어떤 의미에서 남북전쟁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행사는 다 함께 미국 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끝났다. 통합의 상징이었다.



매나사스(버지니아주)=김정욱 특파원



◆매나사스 전투=미국 버지니아주의 매나사스 언덕 근처 불런 강 일대에서 벌어져 불런(Bull Run) 전투로도 불린다. 1861년 7월 21일 이곳에서 미 남북전쟁의 첫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다. 이후 1862년 8월 다시 전투가 벌어졌는데 모두 남군이 승리했다. 남군은 이 승리들로 전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다 1863년 7월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패배하며 북군에 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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