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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허영호 “반만 잡겠다”

중앙일보 2011.07.25 00:13 경제 11면 지면보기
<결승 2국> ○·허영호 8단 ●·구리 9단











제12보(137~150)=137과 139를 선수한 뒤 141로 두어 다시 사활(死活)이다. 죽느냐, 사느냐. 햄릿의 독백이 아니더라도 이보다 중요한 문제가 또 있을 수 없다. 바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자 가장 귀찮고 가장 골치 아픈 분야가 사활이다. 일반 기객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 바로 사활이기도 하다. 프로들은 다른 공부는 손 놔도 사활은 매일 본다. 무사가 매일 칼을 닦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활은 ‘탄력’과 관계가 깊다. 살려고 하는 쪽은 일단 탄력을 갖추려 하고 잡으려고 하는 쪽은 탄력을 죽이려 한다. 탄력은 곧 생명력의 다른 말이다. 141로 호구하면 탄력이 붙는다. 흑은 패만 나도 자랑이다. 허영호 8단은 142로 궁도를 좁혀 잡으러 간다. 구리 9단은 여기서 143을 선수한 뒤(이 수는 사활과 관계가 깊다) 145, 147을 둔다. 지리멸렬의 흑에도 숨겨 둔 칼이 있다면 바로 이 수순이다. 이곳의 패 모양이 흑엔 삶의 유일한 희망이다.



 149였을 때 150은 타협한 수. ‘참고도 1’ 백1, 3으로 잡으러 드는 것은 흑8까지 간단히 안 된다. ‘참고도 2’ 백1, 3으로 잡으러 가는 것은 어떨까. 흑4로 빠져나갈 때 5로 씌우는 수순인데 이때 흑▲가 작용해 12까지 백이 안 된다. 150은 반만 잡자는 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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