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000여 관객 기립박수, 발레 ‘심청’ 미국서도 통했소

중앙일보 2011.07.25 00:06 종합 22면 지면보기



유니버설발레단 SF 공연
“한국의 로맨틱 판타지” 갈채



한국 발레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심청’.



콧대 높은 미국 공연장이 한국 발레에 매혹됐다.



 22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The War Memorial Opera House). 한국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심청’이 무대에 올랐다. 89년 역사의 3000석짜리 대형 공연장 ‘워 메모리얼 오페라 하우스’에 한국 발레가 공연된 것은 처음 있는 일. 샌프란시스코 발레단과 오페라단이 상주 단체로 있는 터라 이 극장은 좀체 외부에 대관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게다가 작품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같은 클래식 발레가 아닌, 외국인에게는 생소한 ‘심청’ 아니던가. “심청을 누가 알겠는가. 효(孝)란 주제가 너무 무겁지 않을까 두렵다”란 발레단의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공연이 끝났을 때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전석 기립박수였다.



#탈춤이 발레가 되다



 3막 4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2시간 15분 가량 됐다. 막이 오르면 고즈넉한 한국의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기구한 심청의 출생, 아비를 생각하는 애잔한 마음, 공양미 300석을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스토리 등이 한 올 한 올 엮어졌다.



 2장에서 박수가 길게 터져 나왔다. 뱃사람으로 분한 남성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하면서도 파워풀한 동작은 객석을 압도했다. 바다에 풍덩 빠진 심청의 모습을 영상으로 처리한 건 색다른 질감이었다.



 2막은 동화 같았다. 바다 속 용궁을 표현하기 위해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은 무희들이 물고기처럼 독특한 움직임을 보였다. 한국적 춤사위와의 접목이었다.



 3막의 배경은 궁궐. 궁중연회 장면에서 탈을 쓴 무용수들이 연거푸 점핑을 했다. 탈춤과 발레의 경계가 사르르 무너졌다. 한국 전통춤의 요소가 서양의 발레와 만나 새로운 춤의 양식을 탄생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공연을 보러 온 랄프 더닝은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최고 스타가 중국 출신 발레리나 유안유안 텐이다. 아시아 발레가 수준 높은 줄은 짐작했지만 이토록 풍성하고 화려할 줄은 몰랐다. 아시아 클래식 발레의 전형을 만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창작 발레의 글로벌화



 발레 ‘심청’의 역사는 꽤 길다. 1986년 초연됐다. 시작부터 글로벌 프로젝트였다. 원로평론가 박용구씨가 대본을 썼지만, 나머지 주요 창작 부분인 작곡·안무·의상 등은 외국인의 손을 거쳤다. 당시로선 보기 드문 해외 창작진과의 협업이었다. 25년의 시간을 거쳐오며 작품은 다듬어지며 생명력을 키워갔다.



 이번 공연에선 2장을 주도한 선장 역 이현준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폭발적인 점핑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래도 백미는 심청 역의 황혜민이었다. 자칫 신파로 전락할 듯한 순간마다 풍부한 감성, 단아한 자세, 깨끗한 기량으로 중심을 잡아갔다. LA타임스 무용 컬럼니스트 루이스 시걸은 “로맨틱 판타지를 선사했다. 한국의 신화를 아름다운 내용과 특별한 감동으로 채워갔다”고 평했다.



 올해로 25살이 된 창작발레 ‘심청’은 어느 때보다 바쁘다. 지난 4월 대만과 싱가포르를 다녀온 데 이어 샌프란시스코 공연 직후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간다. 내년 상반기까지 일본·오만·러시아·남아프리카 공화국도 예정돼 있다. 문훈숙 단장은 “한국의 고전이 토슈즈를 신었다. 발레 한류의 경쟁력을 세계 곳곳에 전파하겠다”고 다졌다.



샌프란시스코=최민우 기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