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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최장 자부심 중국 고속철 … “체면공정 탈선”

중앙일보 2011.07.25 00:05 종합 10면 지면보기



원저우 추돌사고 43명 사망



23일 중국 원저우에서 고속철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선로에서 탈선한 열차 4량이 다리 아래로 떨어져 있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이달 들어 고속철도 안전사고가 빈발하더니 급기야 초대형 인명사고가 터졌다. 세계 최고 속도와 세계 최장을 자랑하던 중국 고속철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정치 행사에 일정을 맞춰 무리하게 개통 시점을 단축해온 철도 당국의 안전 불감증과 과도한 실적주의가 도마에 올랐다.











 중국 정부는 이번 사고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나섰다.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온가보) 총리가 23일 인명 구조와 피해 복구를 위한 특별 지시를 내렸고 장더장(張德江·장덕강) 부총리가 현장에 급파됐다. 성광쭈(盛光祖·성광조) 철도부장은 “신속하게 복구를 끝내고 24일 오후 6시부터 열차 운행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해당 구간을 통과하려던 58편의 열차 운행이 중단됐었다. 중국 철도부는 이날 사고 책임을 물어 사고 지역을 관할하는 상하이 철로국 룽징(龍京) 국장 등 3명의 간부를 면직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사고 원인은 천둥·번개로 인한 동력 차단으로 추정된다.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출발한 고속철 D3115호가 23일 푸젠(福建)성 푸저우(福州)로 향하던 도중 원저우(溫州) 남역에 진입하기 전에 벼락을 맞아 동력을 상실하면서 고속철도용으로 만든 20m 높이의 고가 교량 위에 멈춰섰다. 이 와중에 베이징을 출발해 푸저우로 가기 위해 원저우 남역으로 달리던 D301호 고속 열차가 D3115호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참사 현장에서 허셰하오(和諧號) 로고가 새겨진 고속철의 찌그러진 모습이 그대로 중국 언론에 보도됐다. 중국 철도부는 시속 200㎞ 이상 고속철에 허셰하오라는 이름을 붙인다. 후 주석이 강조한 ‘조화(和諧·harmony)사회’를 널리 선전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고는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중국 철도부의 조급증이 안전관리 의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번 사고는 천재지변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인재(人災)의 요소가 드러난다. 우선 원저우 기상대가 전날 저녁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한 상황에서 고속철도 안전 운행을 위한 예비 안전 조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또 선행 열차가 갑자기 정지했는데도 후행 열차가 이를 알지도 못하고 고속 운행을 계속한 건 심각한 문제다.



 사고에 앞서 고속철도에 안전 위험 경보가 수차례 울렸지만 당국이 물류 처리에 치중한 나머지 안전 점검을 제대로 했는지도 도마에 올랐다. 중국은 지난달 30일 오후 베이징∼상하이 구간 1318㎞의 세계 최장 고속철도를 개통했으나 10일부터 20일까지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했었다.



 일본 언론들은 23일 “일본이 개발한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 속에서도 특허신청을 내더니 운행하자마자 크고 작은 고장을 일으켜온 중국의 고속철도가 큰 사고를 쳤다”며 중국 고속열차 추락 사고를 대서특필했다. 중국의 고속열차 추락 참사가 안전 소홀과 기술 부족에 따른 것이며, 후진타오 정권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은 고속철도 사업을 ‘체면공정’이라고 부르며 ‘중국 독자적인 기술’로 해외에서 특허신청까지 했었다”며 “그러나 탈선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나면서 중국 정권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중국 고속철의 문제점으로 지목된 안전 면에서의 불안이 이번 사고로 현실화했다”면서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국내 고속철 건설 계획과 해외 진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도쿄=장세정·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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