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칼럼] 미국경제가 간과하고 있는 것

중앙일보 2011.07.25 00:01 종합 29면 지면보기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는 시장 내부의 힘과 정책적 지원, 국제경제의 변화성 등으로 인해 빠르고 광범위한 변화가 발생한다. 게다가 이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순식간에 일어나고, 당황할 만큼 내용도 복잡하다. 이런 상황에선 실수가 자주 발생하는데, 특히 성장전략(비교우위와 정책적 지원의 조합)에 오래 집착할수록 피해가 커진다. 시장에서 비교우위는 항상 변하며 이는 구조적 변화와 창조적 파괴를 야기한다. 빈곤 국가에서 벗어나 개발도상국으로 접어드는 나라는 보통 이러한 변화에 저항하다가 성장이 둔화하거나 멈춘다.



 지난 8일 미국의 6월 실업률이 발표된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채무 상한 조정과 자유무역협정 비준 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조치를 강조했다. 미국의 재정 문제는 미국경제가 극도로 회복력이 약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재정 문제만 해결되면 정부는 비켜서 민간 부문이 포괄적 성장패턴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입장에는 예외가 있다. 전후 정·재계와 학계의 협력은 미국을 역동적인 경제 수도로 만들었다. 이는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이룬 과학·기술적 혁신에 힘입은 것이기도 하다. 독일에선 2000년 이후 개혁이 국가 경제력과 경제 회복력에 결정적인 생산성·유연성·경쟁력을 재편했다.



 최근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형편없는 회복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2008년 위기 이후 미국 성장률 목표는 수차례 하향 조정됐고 정치적 논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국 의회 공동경제위원회의 최신 연구는 최근 경제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것을 입증했다. 사실 현 상황과 이전의 전후 미국경제 회복 사례는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는 ‘회복’이라는 단어를 쓰기 모호할 정도로 회복이 더디다. 미국 정치인들은 이러한 더딘 회복을 보면서도 경제의 순환원리를 언급하고, 전후 경제정책의 실패를 탓한다.



 하지만 경제 순환주기에 따른 회복을 기대하기보다는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경제와 신흥시장의 성장에 미국경제 구조가 제대로 발맞춰 변해야 한다. 물론 누구도 2008년 위기에서 순환적 요소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최소 15년 전부터 발생한 구조적 불균형과 동반한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정상적인 순환 궤도로 되돌리지 못하는 미국경제의 무력함이다.



 회의론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이 현재 눈앞에 드러난 국내총생산(GDP)과 실업률이라면, 왜 위기 이전에는 이것이 나타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것은 이미 나타나 있었지만 성장률과 실업률 수치로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가 놓치고 무시했던 다른 신호로 나타났을 뿐이다. 여기엔 지금은 사라진 과잉소비와 저축률 저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재정적자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신호를 모두 놓친 뒤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이 창출되고 있다는 위기 직전의 착각에 빠져든 것이다. 성장과 고용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경제정책 구조가 절실하다.



정리=이에스더 기자

마이클 스펜스 스탠퍼드대 석좌교수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