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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롤러코스터 한반도 정세, 그 끝은

중앙일보 2011.07.25 00:01 종합 29면 지면보기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최근 한반도 정세는 롤러코스터와 같다. 김정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낙점받은 직후 전면대결태세 선포와 미사일 실험, 2차 핵실험으로 한껏 군사적 긴장을 높이더니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사를 보내 정상회담을 제의한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둘러싼 비밀접촉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북한군은 천안함을 폭침시키고 이어 연평도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다.



 지난 4월 다시 김정일 위원장은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통해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뜻을 한국 측에 전달해 비밀접촉이 열리고 있었다.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단장으로 한 식량지원 평가팀이 방북해 미·북 협상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남북대화에서 미·북 대화, 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북한군을 대변하는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5월 말 북·중 정상회담 직후, 느닷없이 비밀접촉을 폭로하면서 한국이 정상회담을 구걸하며 돈으로 매수하려 했고 다시는 상종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남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지난 22일 발리에서 비핵화 회담을 했다. 북한대표는 9·19공동성명을 확고히 이행하기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 핵문제는 남북 간 문제가 아니라는 종래의 북한 입장에 비추어, 남북 간 핵논의를 수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책은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든 6자회담이든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국이라는 출구를 통하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미국도 중국도 남북대화를 우선했다. 결국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우리와 국제사회가 제시한 ‘3단계 접근법’을 북한이 수용한 셈이다. 물론 북한은 미·중의 눈치를 보면서 형식적으로 응했을 가능성도 높다. 그만큼 밖으로부터의 지원이 다급했을 것이다.



 지금부터는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 6자회담 중에도 북한은 마음대로 핵을 실험하고 우라늄 농축까지 하고 있었다. ‘폐쇄, 불능화, 폐기’라는 현란한 용어가 합의문에 동원되었지만 이것은 영변의 낡은 핵시설에 관한 것이었고, 보유 중인 핵무기나 우라늄 농축에 관해서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현재 틀로는 핵무기 개발을 막기는커녕 관리도 할 수 없다. 최소한 우라늄 농축과 핵무기 폐기 문제도 다루어질 수 있도록 6자회담 틀을 강화하는 데 협상의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번 남북회담으로 남북관계 진전의 실마리를 찾았지만 낙관하기는 이르다. 앞서 지적했듯이 대화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북한 외무성과 통일전선부와 달리 번번이 북한군이 나서서 대화를 깨 왔다. 북한정국은 3대 세습 후계구도 구축을 둘러싸고 표면적으로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매우 복잡한 권력내부의 갈등과 불안이 존재한다. 현재 북한은 대남·대외관계보다 3남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위한 환경 조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판단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적 일은 군 장악이다. 군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나 대미·대중관계에 관계없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일어났다. 세습과정이 안착하기 전까지는 북한군 도발로 인한 롤러코스터 정세가 지속될 수 있다. 현재 남북관계는 평시가 아닌 비상 시점으로, 유연하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강력한 군사억제 태세를 바탕으로 남북대화, 미·북 대화, 6자회담의 풀가동을 통해 북한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문제를 분리해 6자회담으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남북관계 맥락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문제를 절대 유야무야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들은 도발이 아니라 영해 내의 초계함을 격침시키고 우리 영토에 무차별 포격을 가한 명백한 ‘전쟁행위’다. 대한민국의 기본에 관한 문제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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