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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껌팔이 최성봉’ 미화하지 말라

중앙일보 2011.07.25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최성봉이라는 스물두 살 청년이 세상을 울리고 있다. 지난 6월 4일 케이블 채널 tvN이 제작한 ‘코리아 갓 탤런트(Korea’s got talent)’에서 그는 지역예선에 출전했다. 그가 노래를 부르기 전, 사람들은 이미 ‘인간 최성봉’에게 끌리고 있었다. 세 살 때 부모에게 버려져 고아원에 갔고, 다섯 살 때 구타를 참지 못해 나왔다고 그는 말했다. 계단이나 공중화장실에서 잤고, 껌을 팔거나 막노동을 하면서 혼자 살았다고 했다.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었다.



 최성봉은 ‘넬라 환타지아(Nella Fantasia-영어로는 In My Fantasy)’를 불렀다. ‘여신의 목소리’ 사라 브라이트만이 불러 세계인이 사랑하는 곡이다. 최성봉의 바리톤이 깔리면서 이곳저곳에서 여성 청중이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쳤다. 심사위원 박칼린의 눈에 눈물이 고였고 송윤아의 눈에선 눈물이 넘쳤다. 노래는 끝났고 심사위원 코멘트가 이어졌다. 아름다운 여배우 송윤아는 눈물을 닦지 않은 채 이렇게만 말했다. “그냥 최성봉씨를 너무 안아주고 싶어요.” 셰익스피어도 불가능한 대사였다. 최성봉은 합격했고 7월 16일엔 1위로 준결승도 통과했다.



 그로부터 4일 후 최성봉은 세계인의 관심 대상이 됐다. CNN이 스토리를 보도한 것이다. 며칠 사이에 유튜브 동영상 조회도 1000만이 넘었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8월 20일 결선에서 한국에서도 폴 포츠나 수전 보일이 나올지 지켜볼 것이다. 신데렐라 성악가가 되기 전 포츠는 휴대전화 판매원이었다. 보일은 키스 한 번 해본 적 없는 시골 노처녀였다. 최성봉이 우승하면 그들보다 더 짜릿한 인간승리가 될 것이다. 최성봉은 고아원·껌팔이·막노동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최성봉 드라마엔 이상한 구석이 있다. 그는 대전 예술고등학교 음악부(성악전공)를 졸업했다. 입학 때는 성악 선생이 없었지만 나중엔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최성봉은 본인 설명대로 학교 밖에서 레슨을 받았다. 성악교육으로만 보자면 적어도 최성봉은 세상의 그늘에서 혼자 울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고교 3년은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절이다. 그 기간 동안 그는 힘들었지만 어쨌거나 성악이란 환경 속에서 먹고 자랐다.



 그가 예술고 성악과를 나왔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물론 그런 학력이 있다고 해서 그의 고난과 역경이 반감(半減)되지는 않는다. 학교에 가지 않았으면 최성봉은 고학(苦學)으로 성악을 공부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런 경력이 숨겨져도 되는 건 아니다. ‘코리아 갓 탤런트’는 시청자 휴대전화 투표로 순위가 정해진다. 출연자가 성악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시청자 판단에 필요한 요소다. 그러므로 시청자는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6월 방송에서 제작진은 ‘예술고’ 부분을 일부러 뺐다. 최성봉이 ‘예술고 입학’을 얘기했는데도 제작진이 삭제한 것이다. 이는 최성봉을 미화하려 왜곡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방송통신심의위는 방송사가 사과하고 책임자를 징계하라고 결정했다. 방송사는 한국의 명예를 위해 조치를 고뇌해야 한다. CNN 보도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최성봉이 예술고 성악과를 나온 게 알려졌는데도 CNN은 방송리포트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인터넷 사이트 기사는 그가 예술고를 졸업했다고 적기는 했다. 그러나 그 기사에도 성악을 공부했다는 내용은 없다.



 가파른 세상에서 폴 포츠나 수전 보일 같은 인간 드라마는 많은 이에게 꿈과 감동을 준다. 그러나 아무리 ‘꿈과 감동’에 관한 것이라도 왜곡이나 생략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도 최성봉은 이미 꿈과 감동이다. 더하거나 빼면 오히려 그의 바리톤 목소리가 흔들릴 것이다. 그가 부른 ‘넬라 판타지아’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환상 속에서 난 올바른 세상을 봅니다. 누구나 평화롭고 정직하게 살 수 있는 곳···.”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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