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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모든 것이 그대로였습니다. 고맙게도. 집 앞으로 다니던 버스 번호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빨간색 우체통도 제자리에 서 있었고요. 제가 책 읽던 거실 창가 유리창틀만 새 걸로 바뀌어 있었죠.
사실 한 7년쯤 전에, 제가 30년 전 살던 집을 찾아가 본 적이 있습니다. 취재차 우연히 그 근처에 가게 됐다가 문득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덜컹거리는 전철을 타고 찾아가는 그 길’ 끝에서 옛날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골목길도 다 없어지고 대신 무지막지한 신작로가 나있었죠. 그 사이사이로 낯선 빌라들만 서 있었고요.
갑자기 어린 시절을 누군가에게 뺏겨버린, 혹은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가까스로 찾아낸 담벼락 흔적만이 아쉬움을 달래주었죠.
자기가 어떻게 놀았었는지 비로소 떠올랐나 봅니다. 묻는 말에 대답도 안 하고 잔디가 곱게 깔린 운동장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습니다. 열 살 어려진 큰애는 열 살 젊어진 아빠의 모습을 보았을까요. 그때 그 시절은 그렇게 거기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