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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번호 ‘7’ 넣어 이름 짓고 사진 공개, 언론도 스타의 딸에 더 관심

중앙선데이 2011.07.23 21:11 228호 5면 지면보기
요즘엔 다들 딸을 낳고 싶어 안달이다. 남아 선호사상 타파를 위해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표어가 등장한 1980년이래 30년 만에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김수경의 시시콜콜 미국문화 : ‘딸 바보’ 데이비드 베컴

아들만 가진 엄마들에게 다시금 가족계획을 생각하게 하는 뉴스가 있다. 아들만 셋을 둔 베컴 부부가 드디어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다. 데이비드 베컴(사진)은 최근 생후 일주일 된 갓난아기의 모습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둘째 가라면 서러운 외모의 소유자인 이들 부부가 만들어 낸 ‘이기적’ 유전자의 조합이라니, 벌써부터 아이의 미모가 기대된다.

한 가지 이례적인 것은 이들이 아기의 사진을 온라인으로 모두에게 공개했다는 점. 지금까지는 유명인이 아이를 낳으면 연예잡지들이 그 사진을 사겠다고 경쟁을 벌여 많게는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제니퍼 로페즈와 마크 앤서니 부부의 쌍둥이 사진이 600만 달러에 팔린 것이 최고기록이다.

돈이 아쉬운 사람들은 아니지만 어쨌든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인터넷에 아기 사진을 올린 것을 보면 어지간히 딸 자랑이 하고 싶었던 모양.

이름도 어찌나 공들여 지었는지.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작가인 하퍼 리와 영적인 완전수라는 7을 합쳐 ‘하퍼 세븐 베컴’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탄생했다. 7은 베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등번호이기도 하다. 브루클린, 로미오, 크루즈 등 어딘가 다소 대충(?) 지은 듯한 오빠들의 이름과는 사뭇 다르다.

언론도 확실히 유명인의 아들보다는 딸에 더 관심을 가진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스의 딸 수리,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딸 샤일로는 어딜 가나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렇게 예쁘게 자라는 딸들의 모습이 연일 보도되니 아들만 가진 엄마들의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그래서 베컴의 득녀 소식에, 이참에 용기 내어 딸 하나 낳아보자며 밤새 남편을 설득했다는 아들 가진 엄마들도 주변에 심심찮게 눈에 띈다. 무뚝뚝한 아들보다야 살갑고 다정한 딸이 엄마의 평생 친구가 돼주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아들보다는 딸이 부모 생각을 더 하기 때문에 노후에도 외롭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엄마에게는 딸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아들이 있어야 대를 잇는다’는 옛날 할머니들 말만큼이나 불편하다. 두 발언 모두 자녀에게 특정 역할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들도 아들 나름이고 딸도 딸 나름이련만, 내가 외롭지 않으려고 딸을 원한다는 건 부모의 이기심이다.

아낌없이 주고만 싶은 것이 진정한 부모의 마음일 터. 그런데 임신의 순간부터 아이에게 특정 성별을 원하고 바란다는 건 어딘지 앞뒤가 안 맞는다. 딸이 더 살가울 것이라는 예상도 어찌 보면 성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다.

안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 흥분하고 있다는 걸. 하지만 베컴의 득녀 소식에 “나도 기필코 딸을 낳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는 아들 가진 엄마들의 농담 어린 진담이 영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김수경씨는 일간지 기자로 근무하다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유학하고 있다. 대중문화 전반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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