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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지트 드 프랑스’ 이름만 말고 내실도 배웠으면 …

중앙일보 2011.07.22 04:11 Week& 4면 지면보기






손민호 기자



지난 12일 경북 안동 문화예술의전당 국제회의실. ‘한국문화체험 숙박 공동 브랜드(Gite Korea) 구축 심포지엄’이라는, 다소 낯설고 긴 이름의 행사가 있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농촌 민박 네트워크 ‘지트 드 프랑스’를 본뜬 한국형 숙박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마련한 자리였다.



 이날 행사에는 지트 드 프랑스 파트릭 파르자스 부회장이 참석했다. 그는 전국에서 모여든 한옥체험 시설 운영자 100여 명 앞에서 지트 드 프랑스가 1년에 12억 유로(약 1조8000억원)를 번다는 사실을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의 20%를 지트 드 프랑스가 책임진다는 얘기도 했다. 엄청난 규모다. 하나 지트 드 프랑스가 애초부터 대단했던 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프랑스 영토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특히 농촌 지역은 황폐해졌다. 농촌에서 먹고 사는 게 궁해지자 청년들은 고향을 버렸다. 이 막막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대책이 민박(Gite)였다. 관광에서 농촌의 새 희망을 찾은 것이다.



 가만히 보니 60년 전 프랑스와 오늘 우리는 닮은꼴이었다. 우리도 20년쯤 전부터 소위 ‘농외소득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농어촌 휴양 사업을 시작했다. 더 이상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시대가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시절 처음 시도한 사업이 ‘관광농원’이다. 전국에 400개가 넘는 관광농원이 생겼고 1340억원이 들어갔다. 그 관광농원이 요즘 말로 농촌 체험마을이다. 아니다. 농촌 체험마을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농어산촌 체험마을’이라고 불러야 옳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물론이고, 행정안전부·산림청·한국농어촌공사·한국어촌어항협회 등 관계 기관이 저마다 체험마을을 거느리고 있어서다. 현재 전국에는 모두 737개의 체험마을이 있다.



 여기까지는 두 나라가 다를 게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매출에서 갈라진다. 우리 체험마을의 1년 매출은 마을 평균 1억2200만원이 전부다. 가구당 평균으로 나누면 월 1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따져 보니, 다른 부분도 고전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한옥체험이 인기라고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은 전국 204개 전통가옥 중에서 그나마 손님이 드는 곳은 안동 하회마을이나 전주 한옥마을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당장 안동만 둘러봐도, 돌보는 이 없어 비행 청소년의 아지트로 전락한 고택이 널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이 몰려와도 재울 데가 마땅치 않다며 수시로 관광숙박시설 부족 해소 방안을 발표한다. 반면 수천억원을 들인 체험형 숙소는 허구한 날 비어있다. 이유는, 거기서 자 보면 알 수 있다. 체험마을은 지루하고 한옥체험은 불편하다. 파르자스 부회장은 “지트 사용자의 70%가 재방문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한 번 가면 다시는 안 간다. 저 먼 나라의 사례라도 보고 배우자.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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