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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를 뽑는 주부들의 모임

중앙일보 2011.07.19 03:22 1면 지면보기
천안시 청당동 벽산아파트 주민들이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었다. ‘플러그를 뽑는 주부들의 모임’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생활에서의 에너지 절감 실천을 위해 매달 한자리에 모인다. 대중교통·공정무역·지역 먹거리 이용하기를 비롯해 실생활에서 필요한 천연제품 만들기 등 주민 중심의 녹색아파트 만들기에 나섰다.


건강·환경 생각하는 즐거운 실천







천안 청당동 벽산아파트 주부들이 작은 도서관에 모여 친환경 모기퇴치제를 직접 만들어 보고 있다. [조영회 기자]







모기약에 들어있는 유해 성분



15일(금) 오후 청당동 벽산아파트 작은 도서관에 아줌마들이 모였다. 환경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소식에 아이를 둔 20~40대에서부터 나이 지긋한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주부들이 참여했다.



 주부들은 천안녹색소비자연대의 도움을 받아 생활에서 사용하는 모기살충제의 위험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유해성 없는 친환경제품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일반적으로 모기살충제하면 모기만 죽이는 거니까 좋다고 인식하는데 모기살충제에는 ‘퍼메트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습니다. 퍼메트린은 내분비계장애물질(환경호르몬)로 분류돼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노출되면 성장발달에 장애를 줄 수 있고 성인은 불임, 자궁내막증, 정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중앙·자율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처 메스꺼움, 현기증, 두통, 설사 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알고 계셨나요?” 녹색소비자연대 권은정 간사의 말을 들은 주부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가정용살충제 절반 이상에 퍼메트린이 포함(16개 제품 중 9개 제품)돼 있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유독물로 지정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30%를 초과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에서는 사용을 금지했다’ 등 정보를 접한 주부들의 반응은 심각했다. 그나마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액체·매트형도 에어로졸형(뿌리는 형태)과 다를 바 없고 몸에 바르거나 아이들이 손목에 차는 모기퇴치제도 인체에 해롭다는 설명에 주부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디에칠톨루아미드’ 성분이 출산, 뇌신경, 심장질환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와 코일형 모기향의 경우 모기향 1개에서 담배 22개에 해당하는 ‘포름알데히드’와 담배 56개에 해당하는 미세먼지가 발생해 2006년부터 ‘말라카이트 그린’ 사용을 금지했다는 사실은 유해성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유해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주부들은 유해성분(퍼메트린)이 들어가지 않은 에센셜 오일(해충이 싫어하는 오일)을 이용해 ‘유해물질 free-모기 퇴치스프레이’를 만들며 건강과 환경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모임에 처음 나온 송수정(36)씨는 아들 두연(2)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친환경제품을 만들어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다. 송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유해성보다는 편리함 때문에 모기퇴치제를 구입했는데 앞으론 가족들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기 위해 친환경제품을 직접 만들고 주변 사람에게도 권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간사는 “농약이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농약은 농약이듯이 소량의 유해물질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여름에 사용하는 모기퇴치제나 살충제는 피부에 직접 닿거나 호흡할 수밖에 없어 친환경제품을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부들의 에너지 절약 … 가정에서부터 실천



플러그를 뽑는 주부들의 모임은 친환경제품 만들기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플러그 뽑기, 에너지 효율 제품 사용하기, 가까운 거리 걷기 등을 실천해 에너지 자립도 높은 마을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



 두 자녀를 둔 곽영희(51)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에너지 절약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모임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받은 뒤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쓰지 않는 전기 플러그를 뽑는 것부터 실천했다. 처음엔 귀찮았지만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습관이 됐다. 사용하지 않아도 늘 꽂혀 있던 세탁기, 전자레인지, 비데 코드를 사용할 때만 빼고는 모두 뽑았다.



 생각해 보니 집안 곳곳에 필요 없이 꽂혀 있는 선들이 많았다. 텔레비전, 컴퓨터, 흙침대, 에어컨, 홈시어터, 약탕기 등도 사용할 때만을 제외하곤 모두 코드를 뽑아 놓는 습관을 들였다. 늘 꽉 차있던 냉장고도 필요한 것만 두고 비웠다. 전기 밥솥을 압력밥솥으로 바꾸니 전기사용도 줄고 밥맛도 좋아졌다. 자녀와 남편도 함께 해줄 것을 권유했다. 작은 실천이지만 보람이 있었다. 전기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4월엔 231㎾/h를 사용해 5.7%(전년 같은 달 대비)를 줄였다. 5월엔 27%를 감소했고, 지난달에는 36%나 줄였다. 전기료도 매달 감소했다. 누진세가 적용된 4월에 8만8100원이던 전기세가 5월 2만600원, 지난달엔 1만6300원으로 줄었다.



 곽씨는 “모임을 통해 작은 부분부터 실천으로 옮기자고 생각했다”며 “교과서적인 생각만 하지 말고 에너지 절약을 행동으로 옮기면 우리 동네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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