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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지도 들고 떠나는 여행 ① 전남 신안

중앙일보 2011.07.19 02:32



이리로 가면 농게가 저쪽에선 소나무숲이 반겨줍니다, 염전 물들이는 낙조는 또 어떻구요







신안 - 천일염 맛의 비밀은 비옥한 갯벌



깨끗한 물이라는 말을 듣고 신의도 바다를 바라보면 얼핏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신의도를 비롯해 신안의 바다는 탁한 흙색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바다에 부유하고 있는 미세한 갯벌 구성물 때문이다. 갯벌에 있는 물질들이 밀물과 썰물 때 바닷물과 섞이는데 바닷물을 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곳의 소금이 맛있는 이유다. 갯벌은 천일염의 맛에 영향을 끼친다. 갯벌에는 다양한 미생물과 미세식물, 해조류와 해양식물이 풍부하게 분포해 있다. 이런 갯벌로부터 풍부한 미네랄을 공급받는 갯벌천일염은 염도가 낮고 수분함량이 많다. 맛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약에 가깝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갯벌은 해산물의 맛도 좋게 한다. 신의 갯벌에서 막잡은 낙지의 맛은 비할 데가 없을 정도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쫄깃한 전복도 빠질 수 없다. 다른 바다보다 조류가 빨라 전복이 잘 달라붙어 있으려 힘을 주기 때문이란다. 마을에 행사가 있을 때면 개막이도 종종 열린다. 밀물 때 물길을 막아 놓고, 썰물 때 고기를 잡는 것으로 우럭과 농어·광어·숭어·전어·새우 등이 다양하게 잡힌다. 인기 TV 프로그램인 ‘1박2일’팀이 원목마을 갯벌에서 개막이 체험을 하고 간 적도 있다.



장인에 따라 소금 맛 달라져



신의도는 갯벌이 많고 해산물의 맛이 좋아 봄에는 김, 가을엔 대하, 그리고 수시로 전복을 생산한다. 그렇지만 지역의 으뜸 특산품은 역시 천일염이다. 특히 장마가 끝난 7월은 천일염을 한창 만들 시기다. 맛있는 소금이 만들어지는 적기가 여름이기 때문이다.



신의도에 있는 염전은 대략 300여 개. 섬 전체의 주업이 염전 사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에서 아들로, 가업을 잇는 경우도 많다. 소금을 만드는 염부들은 보통 20~30년 경력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소금을 만드는 노하우도 각자 다르다.



소금 맛은 염전의 신간수와 구간수의 비율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신간수는 바다에서 바로 끌어올린 물을, 구간수는 소금을 만들고 난 후 다시 해주(소금물 창고)에 넣어 염도 도수를 맞춘 물을 말한다. 이 신간수과 구간수의 희석 배율에 따라 소금 맛이 달라진다. “염전에 따라 신간수와 구간수를 5:5로 맞추는 곳도 있고, 7:3, 8:2까지 다양하게 조합하고 있다”는 것이 신의도 천일염에서 생산파트를 담당하는 장희락(29)씨의 설명이다.



신의도에 염전밖에 볼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갯벌과 바다를 무대로 한 경치 좋은 곳들이 있다. 우선섬의 전경과 해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굴암낙조전망대를 꼽을 수 있다. 노은마을에서 출발해 12㎞에 이르는 완만한 등산 코스를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전망대에선 해안선과 근처 섬의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에 날릴 정도로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황성금리해수욕장도 있다. 모래사장 뒤로는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다. 한적하게 낚시를 하기에 좋은 장소도 많다.



섬 곳곳 고즈넉한 공간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마을들도 볼거리다. 길가에 자라고 있는 복분자, 접시꽃들을 구경하며 한가로이 산책하면 마음까지 느긋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집들에 따로 대문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신의도에는 하의도로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다리가 다 세워지면 이제 대문도 생기겠죠”라고 말하는 마을 사람의 말에 왠지 서운함이 묻어났다.



증도 - 신안의 슬로시티 증도를 찾아



신의도 다음으로 찾은 곳은 신안의 증도다. 신안 지역은 섬이 너무 많아 “귀신도 그 개수를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지만 3년 전 신안군청에서 본격적으로 섬 개수를 세어 ‘천사의 섬(1004개의 섬)’이란 이름을 지었다. 증도는 신안의 79개의 유인도 중에서도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3개(압해도·지도·증도)의 섬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서 단일 면적으로 가장 크다는 ‘태평염전’이 있는 곳이다.



사실 신안은 섬으로만 이뤄진 지역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교통이 불편해 고립되고 발전이 늦은 편이었다. 옛날에는 유배된 선비들이 오는 곳이었다. 증도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주민여행사 ‘길벗’의 이종화(48)씨에 따르면 “신안군에 발령받은 공무원은 지금도 유배생활을 한다고 말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느린 발전의 덕을 보기도 했다. 2007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치타슬로’(chittaslow, 슬로시티의 국제적 공식명칭)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 몇몇 작은 마을들에서 시작됐는데 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호되어 있고 패스트푸드점이 없는 등의 여러 규정 항목을 심사해 슬로시티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느리게 천천히 돌아가는 증도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것이 제 맛이다. 실제로 증도는 현재 ‘차 없는 섬’을 추진 중에 있다. 차는 섬 입구에 주차하고 섬 안에서는 대중교통과 마차, 자전거 등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두 발로 걸어야 섬의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말뜻 그대로의 ‘슬로시티’이기 때문이다.



 관광객에게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1인당 2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쓰레기봉투를 주는데, 섬에서 나갈 때 쓰레기를 채워 돌려주면 1000원을 돌려준다. 쓰레기를 줄이고 증도를 가꾸기 위해 만든 정책이다.

 

증도의 볼거리



증도는 한 번 돌아보는 것만으론 그 진면목을 알 수 없다. 이종화씨는 “증도를 여행한 사람은 두 번, 세번씩 이곳을 찾는다”며 “증도를 잘 설명해주는 사람과 함께 천천히 둘러봐야 매력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이 자랑하는 증도의 볼거리는 다양하다. 먼저 태평염전에서 운영하는 소금박물관이 있다. 1945년 염전 설립 초기에 세워진 석조 소금창고를 개조해 2007년 소금박물관으로 개관했다. 옛날 모습이 잘 보존되어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박물관에는 소금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전시돼 있다. 소금밭 체험도 소금박물관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길이 4㎞, 폭 100m의 우전해수욕장도 유명하다. 눈앞에 크고 작은 섬들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닷가다. 바닷가 뒷산에는 50년 전 지역 주민들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해송숲길이 있다. 숲의 모양이 한반도의 형태, 심지어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의 모양까지 똑같이 닮았다고 해서 유명해졌다. 40분 정도 걸려 산 정상에 오르면 한반도 숲을 조망할 수 있다. 이번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 동안은 우전해수욕장일대에서 ‘2011 섬 갯벌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해수욕장 북쪽으로는 갯벌 도립공원이 펼쳐져 있다. 이곳의 명물은 드넓은 갯벌 위에 세워진 470m 길이의 ‘장뚱어 다리’다. 썰물 때는 다리 아래로 농게와 칠게, 갯지렁이, 장뚱어 등 갯벌 생물을 관찰할 수 있고 만조 시에는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증도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승인된 곳으로 갯벌도립공원 역시 갯벌습지보호지역이다.



그 밖에도 증도의 염전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소금밭전망대와, 증도 서쪽의 낙조전망대도 둘러볼만하다. 낙조전망대에 위치한 해저유물 발굴기념비는 1975년 한 어부의 그물에 청자가 걸려 올라오며 이후 청자, 백자 등 약 2만8000여 점에 달하는 해저 유물이 1984년까지 발굴된 것을 기념하는 비다. 전망대 앞 ‘트레저 아일랜드’ 건물 2층에는 당시 유물들의 모형이 전시돼 있다. 실제 유물은 목포해양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여행 문의



● 신안군청 문화관광과=061-240-8357

● 증도 주민여행사 길벗=061-261-6200, 6300 cafe.daum.net/ebr2223

● 증도 소금박물관=061-275-0829 www.saltmuseum.org



[사진설명] 1 증도 짱뚱어다리를 건너다보면 농게와 칠게, 짱뚱어 등의 갯벌 생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 증도 우전해수욕장 북쪽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도립공원. 신안 소금 맛의 원천이 되는 곳이다. 3 염전에서 갓 거둔 소금의 모습. 소금은 요리 뿐 아니라 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쓰인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취재 협조=신안군청·CJ 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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