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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MRO, 지하경제냐 아니냐

중앙일보 2011.07.19 00:26 종합 10면 지면보기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대기업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Maintenance Repair Operation) 사업 관련 발언이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17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MRO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일감을 몰아줘서 이익을 빼는 것을 내부거래라고 해서 과세를 안 했던 것은 문제”라며 “이런 건 합법을 가장한 ‘지하경제’고 어찌 보면 변칙 부당거래”라고 말했다. “세법의 대원칙은 실질과세를 해야 한다는 거다. MRO엔 왜 과세를 못 하나”라는 말도 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해야”
임태희, 지하경제로 규정
재정부는 "MRO와 다르다”

 임 실장이 ‘지하경제’라는 표현까지 쓴 건 세금 없이 부를 대물림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MRO는 지하경제가 아니다. 게다가 MRO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바로 연결시키는 건 오해라는 지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임 실장 발언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며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의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것으로 MRO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오너의 2·3세 등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에 대상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줘 이들 개인의 보유 주식의 가격이 크게 오를 경우 이를 증여로 보고 세금을 물리겠다는 게 일감 몰아주기 과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10대 그룹의 MRO는 모두 대기업 계열사가 출자했다.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 대주주라는 얘기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이득이 개인이 아닌 모기업에 돌아가기 때문에 부의 대물림이란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 LG그룹의 서브원은 지주회사인 ㈜LG의 100% 자회사다. 삼성그룹의 MRO 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의 5% 이상 지배주주도 모두 삼성전자㈜(10.57%) 등 삼성 계열사들이다. 포스코나 코오롱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재계 관계자는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대통령실장이 MRO와 일감 몰아주기 과세를 혼동하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부의 편법 증여가 아니더라도 MRO가 문제될 수는 있다.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어지럽힐 정도로 계열사가 MRO업체를 우대했다면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에 해당된다. 또 계열사가 협력업체에 계열 MRO업체와의 거래를 강제했거나 MRO가 부당하게 납품업체에 단가인하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불공정행위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이런 점을 중심으로 MRO업체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만 물량 몰아주기 과세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경호 기자



◆MRO=문구나 공구 등 소모성 자재의 구매·관리 대행업. 2000년 이후 비용 절감 등 기업의 경영혁신 차원에서 대기업이 해당 사업부문을 떼내면서 MRO시장이 생겼다. 재고 비용을 줄이고 구매 투명성을 높인다는 장점 때문에 기업과 공공기관의 MRO 이용이 늘고 있다. 2004년 10조5000억원이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 23조원까지 커졌다.



주요 MRO 대주주 *단위: %



▶삼성의 아이마켓코리아



-삼성전자 10.57 -삼성물산 10.57



-삼성전기 10.02 -삼성중공업 7.23



-삼성SDI 5.56 -삼성엔지니어링 5.29



▶LG의 서브원



-LG 100



▶포스코의 엔투비



-포스코 등 64.26 -한진 등 22.50



-KCC 6.25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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