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현욱의 과학 산책] 제왕나비 대장정 8000㎞

중앙일보 2011.07.19 00:26 종합 33면 지면보기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캐나다 동부의 초원에서 여름 동안 번성하던 제왕나비 떼는 가을이 오면 무리 지어 남쪽으로 대이동을 시작한다. 수천만 마리의 나비 떼는 해마다 어디를 향해 여행하는 것일까? 1937년 프레드 우카르트라는 26세 청년이 이 수수께끼를 풀기로 결심했다. 그는 제왕나비들의 날개에 인식표를 붙인 뒤 추적을 계속했다. 나비들은 해가 뜨면 시속 20㎞의 속도로 비행했고 해가 지면 다년생 풀인 박주가리에 앉아 영양을 보충하고 휴식을 취했다. 산을 넘고 폭풍우를 뚫으며 4000㎞를 날아갔다. 75년 1월, 토론토 대학의 동물학 교수가 된 우카르트는 38년 만에 해답을 찾았다. 멕시코 중부의 해발 3000m가 넘는 산속에서 최초의 집단 월동지(越冬地)를 발견한 것이다. 축구경기장 정도의 면적에 수백만 마리가 나무에 붙어 있었다. 그 무게(!)로 나뭇가지가 휠 정도였다. 이 같은 월동지 10여 곳이 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은 귀환. 거의 동면상태로 겨울을 난 제왕나비는 2월 하순쯤 출발지로 돌아가는 비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 1세대는 미국-멕시코 국경쯤에서 알을 낳은 뒤 대부분 죽는다. 여정은 그 후손들이 대대로 이어받는다. 6월쯤 캐나다에 도착하는 것은 출발팀의 손자 세대이고 9월에 다시 대장정을 떠나는 것은 고손자나 그 다음 세대다. 미국과 캐나다의 동부지역 제왕나비는 해마다 이런 여정을 되풀이한다.



 여기에 미스터리가 있다. 연어와 바다거북도 먼 거리를 회유하지만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어떻게든 되돌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제왕나비는 무슨 수로 몇 세대 전 선조들의 월동지와 출발지를 알아내는가? 3000~4000㎞ 떨어진 곳을 어떻게 정확히 찾아가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태양의 각도로 방향을 계산하며 생체시계로 시간을 재고, 지자기(地磁氣)로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제왕나비는 천적이 거의 없는 곤충이다. 애벌레가 유일한 먹이로 삼는 박주가리가 강한 독소를 지니고 있어 이것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제왕나비나 그 애벌레를 잡아먹은 새는 즉각 구토를 하면서 쓰디쓴 교훈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개체 수가 크게 줄고 있다는 논문이 지난주 ‘곤충 보존과 다양성’ 저널에 실렸다. 농업용 제초제 탓에 박주가리가 급감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지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콩과 옥수수의 재배면적이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농부들이 마음 놓고 제초제를 뿌리는 것이다. 여기서 걱정이 생긴다. 곤충계 최대의 장관으로 꼽히는 제왕나비의 대장정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콘텐츠 본부장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