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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世說)] 재수 비용, 대학 등록금보다 더 무섭다

중앙일보 2011.07.19 00:25 종합 33면 지면보기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는 ‘반값 등록금’이다. 사실 웬만한 셀러리맨 입장에서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럽다. 행복한 노년 준비는 고사하고 빚을 떠안는 고역의 길로 들어서는 거나 다름없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돈 때문에 학업에 전념할 수 없고 심지어 휴학까지 하면서 등록금을 모으려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라면 대통령이 말한 공정사회는 이상론에 그칠 따름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재수생 문제라고 본다. 청년실업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적어도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취업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숫자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 12만7098명, 2009년 13만658명, 2010년 15만4660명으로 해마다 느는 추세다. 올해는 ‘물수능’의 여파로 반수생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전체적으로 16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요즘 학생들의 재수 풍속도는 과거와 많이 다르다. 일단 엄격한 규율과 체계적인 지도하에서 공부를 해야 점수가 올라간다는 인식 때문에 대부분 기숙학원에 등록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공부를 하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질 수는 있어도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은 그렇다 쳐도 고액의 학원비가 문제다. 한 달에 교재비, 식비, 특강비 등을 합하면 250만~300만원 정도 들어간다고 한다. 정시모집 발표 후 일찌감치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학생은 11월 수능을 볼 때까지 3000만원 가까운 돈을 학원비로 내야 한다. 자식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빚이라도 내서 학원비를 마련한다. 사회적 관심이 온통 ‘반값 등록금’에 쏠려 있어도 고액의 학원비는 어디다 드러내놓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 가계(家計)의 주름살이 깊어져도 자식이 원하는 대학에만 합격하면 모든 것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땅의 재수생을 둔 학부모들이다.



 재수 비용의 실체를 이젠 어떤 형태로든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몰론 명문대 선호 현상과 재수생을 양산하는 입시 구조가 맞물려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교육 당국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중지를 모아 재수를 권하는 사회 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반값 등록금’ 문제도 풀릴 것이다.



최진규 충남 서산시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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