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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특허소송 누가 좋은 대리인인가

중앙일보 2011.07.19 00:23 종합 34면 지면보기
한국은 중국·미국·일본에 이은 세계 4대 특허출원국이다. 서열에서 보듯 특허는 그 나라를 먹여 살리는 경쟁력의 잣대와 다름없다. 최근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 맞소송처럼 특허는 기업 존폐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로 부상했다. 특허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올해 3월까지 국내외 기업 간에 제기된 특허소송은 611건이다. 2004년 41건이던 소송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114건이나 됐다. 국제적으로는 특허권만 구입해 소송을 걸어 거액을 받아내는 ‘특허괴물(Patent Trolls)’까지 출현해 국내 기업을 위협하는 지경이다.



 하지만 국내 특허 소송 제도는 복잡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특허 관련 소송은 이원화돼 있다.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민사법원에서 관할하고, 특허심판원 심결(審決) 취소소송은 특허법원이 담당한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변리사(辨理士) 자격을 자동으로 갖는 변호사는 모든 소송을 맡을 수 있다. 반면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상표’에 관한 전문가인 변리사는 심결취소소송에서만 소송대리가 가능하다. 특허 소송에서 변리사가 실질적인 전문적 지식을 제공하면서도 변호사가 대리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변리사들은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호사와 함께 대리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자는 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 국회 때 처음 제출됐으나 폐기됐다. 이번 18대 국회에서도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법사위에 상정됐으나 표류 중이다. 변호사들의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변호사에 의한 소송대리를 원칙으로 하는 우리 소송법 체계에 어긋난다고 반박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설립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분야 전문가가 소송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모두 받아들일 순 없다. 부동산 관련 소송은 공인중개사가, 의료 소송은 의사가 맡아야 한다는 것은 논리 비약이다. 변리사뿐 아니라 세무사·공인노무사·법무사도 관련 분야의 소송대리인이 되게 해달라고 들썩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특허전쟁 시대다. 사활을 걸 만큼 치열하다는 뜻이다. 특허 소송의 전문성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03년 법을 개정해 변리사가 변호사와 공동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맡도록 했다. 중국은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변리사 단독으로 맡을 수 있고, 전문 법원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영국도 변리사와 변호사 공동으로, 미국은 과학기술을 전공한 특허변호사가 주로 소송을 맡는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가 많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현실은 특허 기술을 거의 모르는 변호사들이 특허 침해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그 피해는 결국 법률 소비자인 기업과 개인에게 돌아간다. 변호사들이 직역(職域) 이기주의에 매달려 밥그릇 챙기기라는 인상만 주는 것은 곤란하다.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본격적으로 논의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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